2005년부터 매년 폐교 건물 나와…전문가들 "활용 논의할 시점"
(안동·영천=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경북교육청이 누적되는 미활용 폐교 건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에는 매년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고 있어 활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8일 찾은 경북 영천시 옛 석계초.
석계초는 1993년 문을 닫은 이후로 미활용 폐교 건물로 남아 있다. 미활용 폐교 건물이란 매각이나 대부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비어있는 곳을 뜻한다.
석계초는 폐교 후 박물관 등 대부계약이 한때 맺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제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 건물로 남아있다.
이날 찾은 학교는 사람의 손길이 끊긴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정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운동장에는 시든 잡초들이 자라있었다. 교내 구석에는 빛이 바랜 의자들이 덩그러니 놓였다.
학교에서 30여분가량 머무는 동안 이곳을 오가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석계리 마을 주민들은 학교가 오랫동안 빈 건물로 남아있어 우려를 표했다.
마을 주민 이모(70대)씨는 "학교가 문을 닫고 야영장, 박물관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가 지금은 비어있다"며 "마을 바로 옆에 폐교 건물이 빈 채로 오랫동안 남아있는데 뭐가 들어와야 마을에 활력이 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학교가 문을 닫은 이후에 마을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같은 날 찾은 영화초 화덕분교장도 인적이 없어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건물 내부에는 한때 학생들이 사용했을 배구공, 농구공 등 운동용품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은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 문을 닫았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북에는 이러한 미활용 폐교 건물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57곳이 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경북은 2005년부터 매년 문을 닫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 미활용 폐교 건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문경시 가은초 희양분교장과 울진군 월송초 등 두 곳이 문을 닫는다.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건물을 팔거나 대부계약을 맺어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
교육 당국이 타 기관과 협력해 각종 교육센터나 캠핑장 등으로 자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산이 제한돼 한계가 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폐교 건물이 수요가 많다"며 "폐교 초반에 매각이나 대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활용 건물로 장기간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은 폐교 건물을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2023년부터 '폐교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있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미 해평초 향산분교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면 소재 농업법인이 대부계약을 맺어 스마트팜과 평생 학습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모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폐교 건물을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용할 사람이 없으면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폐교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모아 장기적으로 활용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