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데'와 '간'을 대강대강 써서야

연합뉴스 2025-01-09 07:00:10

국어기본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제1조) 법입니다. 제15조2항에는 이런 규정이 나옵니다. [신문ㆍ방송ㆍ잡지ㆍ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것이지요.

오늘은 <띄어 쓰는 의존명사, 붙여 쓰는 어미 또는 접미사>라는 띄어쓰기 원칙을 새기자는 내용으로 미력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먼저 빈번하게 잘못 쓰이는 '데'를 익힙니다. 띄어 써야 할 때 붙여 쓰고 붙여 써야 할 때 띄어 쓰는 경우가 흔하게 보여서입니다.

오, 엑스 용례입니다. 의존명사는 띄고,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붙는 어미라면 붙여 쓴다는 것을 새겨봅니다.

- 길은 먼데 날은 저문다. ('멀다' 어간에 어미. O)

- 이 책은 국어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의존명사. O)

- 나 지금 무지 바쁜 데, 왜 자꾸 전화를… ('바쁘다' 어간에 어미. X)

- 내 집이 더 가까운데 있으니까, 내 집으로 가서 공부하자. (의존명사. X)

구분하는 요령이 있습니다. [데]가 장소, 곳, 일(事), 것, 경우 등의 뜻을 가지면 의존명사입니다. 명사이니까 [데] 다음에 조사 '에'를 붙이면 말이 척척 됩니다. 안 되면 의존명사로 쓰인 게 아닙니다. 여집합 격으로 모두, 어미로 쓰인 거라고 봐도 괜찮겠습니다.

국어기본법

위 예문 <내 집이 더 가까운 데 있으니까, 내 집으로 가서 공부하자>는 <내 집이 더 가까운 데에 있으니까, 내 집으로 가서 공부하자> 해도 같습니다. 의존명사로 쓰인 겁니다. 띄어 써야 합니다. 만일 <그쪽이 더 가까운데, 왜 이쪽으로 옮기지?>라는 문장이 있다면, 여기 '데'는 '가깝다'의 어미로 쓰인 것이니 붙여 쓰는 게 맞는 것이고요.

[간(間. 사이 간)]도 띄어쓰기가 어려운 낱말이지만 구분하는 요령이 없을 리 없습니다. 기억합시다. 두 대상의 '사이'를 뜻할 땐 의존명사이니까 띄어 쓰고 '동안'을 의미할 땐 접미사이므로 붙여 쓴다고요. '악몽과 같은 날이 한 달간 이어졌다'라는 문장의 띄어쓰기는 바르게 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동안'을 뜻하니까요.

법은 되도록 지키는 게 좋겠습니다. 국어기본법도, 문법조차도요. 물론 사람 있고서 법 있습니다. 또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기에 '되도록'이니 '좋겠다'느니 하는 [데]에서 멈추어 섭니다. 헌법은 그러나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거 안 지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기도 안 차게 우스꽝스럽습니다. 하지만 더 가관인 것은 자기들은 안 지키고선 지켰다고 우기며 지키고 있는 이들을 향해선 안 지켰다고 하는 선동이자 망동입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필수 교과 글쓰기 교과 교재편찬위원회, 『성찰과 표현』, 경희대 출판문화원, 2019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