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에서 느끼는 공동체의 가치…'촌촌여전'
독주를 매개로 한 스토리텔링…'위스키, 스틸 영'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어웨이킹 = 김세직 지음.
거시경제학자인 저자가 약 20년간 서울대 학생들에게 강의한 경험을 토대로 창의적 잠재력을 일깨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책은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길든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새로운 사고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여러 사례와 예제를 제시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도록 디자인됐다.
특히 비현실적인 상상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일터나 학교에서는 현실성이 결여된 제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비난하기 쉽지만, 비현실적인 상상은 핀잔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현실적인 발상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쌓여 더 적극적인 상상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상상력 훈련을 위한 사례의 하나로 '1년 내내 기온이 30도나 넘는 나라에서 얼음을 화폐로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안하라'는 질문을 소개한다. 저자가 실제로 학생들에게 낸 중간고사 문제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용기에 얼음을 넣어서 화폐로 유통한다는 흥미로운 답안을 쓴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얼음이 녹더라도 그 안에 얼음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는다면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손바닥 크기 정도의 종이에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폐로 인정하는 것처럼 화폐의 본질은 사람들의 '믿음'이란 점을 꿰뚫어 본 셈이다.
중앙북스. 236쪽.
▲ 촌촌여전 = 상주함께걷는여성들 지음.
경북 상주시에서 더 나은 삶을 모색하는 여성 모임인 '상주함께걷는여성들' 구성원 15명이 인구 9만명 남짓의 시골 소도시에서의 일상을 소개하며 무한 경쟁과 거리를 둔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입시 준비에 찌든 아이들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15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상주로 이주한 남수영 씨는 마을 주민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백원장이라는 이름의 작은 장터에 참여하고 있다.
백원장은 마을 주민의 소통 공간이 되기도 하고 부대 행사 무대는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어린이가 재능을 뽐내고 자신감을 얻는 장소로 거듭난다.
귀촌해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노니 씨는 스스로가 들인 노력과 시간보다 돌아오는 인정과 감사가 더 크기 때문에 시간의 가성비가 큰 장소라고 상주를 소개한다.
지식의편집. 280쪽.
▲ 위스키, 스틸 영 = 박병진 지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하는 위스키의 문화적 배경이나 역사 등을 저자의 위스키 생산지 여행 경험과 버무려 소개한다.
흔히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하는 이른바 피트 위스키에 관해서는 영국의 세금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잉글랜드 정부의 과도한 세금을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증류소들이 일반적인 석탄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발열량이 다소 떨어지는 석탄인 이탄(泥炭), 즉 피트를 사용하게 됐는데 피트로 훈연한 위스키가 독특한 향을 뿜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1920년에 제정돼 미국 주류 산업을 옥죄었던 수정헌법 18조의 금주법에 대해서는 술 마시는 행위 자체는 규제하지 않고 주류의 제조, 유통, 판매만 엄격하게 규제하는 등 시작부터 위선적이었다고 꼬집는다.
사계절. 288쪽.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