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K-만두'가 해외에서 인기다.
관세청과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24년 1∼10월 냉동 만두 수출 중량은 1만7천191톤(t)을 기록했다. 수출 물량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당연히 해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것은 뺀 수치다.
한국식 만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소와 두부 같은 식물성 재료가 많이 들어간 건강식 이미지가 강하다. 만두소도 육류 대신 버섯류와 해산물 등을 넣기도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입맛에 맞춰 무한 변신하고 있다. 만두피도 밀가루 대신 끓인 물로 전분을 반죽해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고 투명하며 얇아졌다. 여기에 만두류 특징인 간편함을 갖춰 소비자를 사로잡는다고 한다.
필자에게 만두는 흑백 사진이다.
사진 속, 웃음 가득한 양친의 얼굴과 이야기가 떠오르는 시간의 통로다. 어릴 적 앞산 양지쪽 눈밭에 꿩을 3마리나 주웠다. 아버지가 며칠 전 약콩을 뿌린 결과다. 그때만 해도 꿩이 참 많았다.
꿩은 겨울철의 별미였다. 특히 한약재인 반하와 콩을 즐겨 먹는다. 고기가 연하고 뼈조차 산채(山菜)의 효과가 있으며 꿩고기를 다져 넣은 만두를 으뜸으로 꼽았다. 약선에서 꿩고기는 성질은 따뜻하며 소화기관인 비위를 보양하고 담을 녹여 감기 천식을 예방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밀가루 반죽을 굴대로 넓게 밀어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 만두피를 만들었다.
손질한 꿩고기를 다져 기름에 살짝 볶았다. 두부는 삼베 보자기에 꼭 짜서 물기를 빼서 준비하고 김치는 소를 털어서 잘게 썰었다. 다진 마늘과 함께 재료를 모두 버무려서 소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만두를 빚었다. 어린 필자도 어머니가 빚는 방법을 따라서 했다. 그때 만두피의 가장자리는 숨구멍을 만들어야 소가 잘 익는다고 하시며 예쁘게 빚으면 나중에 예쁜 색시를 얻는다고 하셨다.
다 빚은 만두는 아침에 차례를 지낼 것은 광주리에 담아 따로 보관하고 장국에 끓여서 온 가족이 함께 먹었다.
이처럼 만두는 필자에게 가족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소중한 선물이다.
손자병법 제4장 '군형(軍形)의 장은 전쟁에서 방어와 형세를 다뤘다. 군대가 어떻게 형세를 유지하고 적을 제압할지에 대한 전략적 통찰을 제공한다.
이를 만두로 비유해보면 손자는 군대가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강력한 방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만두소는 방어의 핵심이다. 적이 공격하더라도 속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감싸야 한다. 또한 만두소 재료를 가족 건강에 맞게 준비하는 것은 군대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과 같다.
손자는 군대가 특정 형태에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두피는 속을 감싸지만, 너무 두껍거나 얇아도 안 된다. 피의 두께와 유연성이 알맞아야 속을 보호하면서도 맛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만두피가 잘 만들어지면 어떤 형태로 찌거나 굽든 다양한 조리법에 잘 적응한다.
손자는 또 전장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군대의 배치와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두의 모양을 만드는 방식도 이와 같다.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될 수 있듯이 전쟁에서도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방어와 형세가 아무리 완벽해도, 적절히 실행하지 않으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만두를 조리할 때도 알맞은 온도와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조리가 간편한 냉동만두로 군만두를 요리하는 법을 살펴보면 먼저 프라이팬을 센 불에 올리고 충분히 달군 후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는 작업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 중불로 줄여 냉동만두를 하나씩 프라이팬에 놓은 후 만두 바닥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여기서 핵심은 만두를 뒤집지 않은 상태에서 물을 프라이팬 바닥에 식용유처럼 붓고 뚜껑을 덮어야 하는 포인트다. 프라이팬 바닥에 물이 모두 사라지고 만두 윗부분이 투명하게 비치면 불을 끈다. 만두가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시에 옮겨 담는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과정으로 적절히 조리된 군만두는 겉과 속이 조화를 이뤄 맛이 극대화가 되는 것처럼 잘 실행된 군사 작전은 승리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군대가 부대별로 개별적인 강점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두 한 접시는 맛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의 조화로 완성된다. 전쟁도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으로 승리를 완성한다.
결국 손자병법 '군형'은 방어의 본질, 유연성, 적응력, 실행의 정확성, 그리고 전체적 조화를 강조했다. 만두를 만들고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이 원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쟁과 만두의 공통점은 철저한 준비와 세밀한 조정 그리고 최종적인 조화가 진정한 승리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만두(饅頭)라는 말은 '영접도감'(迎接都監) 의궤에 처음으로 나온다. 만두는 예전부터 설날에 즐겨 먹었으며 추운 겨울날의 인기 식단이다. 그중 김치만두가 인기였다.
특히 평안도나 황해도, 강원도 출신 사람들은 설날에도 떡국보다 만둣국을 해 먹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도 설날에 만둣국을 해 먹던 풍습이 있다. 중국에는 마제은(馬蹄銀)이라고 하는 말발굽 모양의 은돈이 있었는데 정월에 만두를 그 돈 모양으로 빚어서 만들어 먹었다.
새해에 돈이 두둑이 들어오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만두는 익히는 방법에 따라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만둣국 등으로 나뉜다. 모양에 따라 귀만두, 둥근만두, 규아상(미만두), 병시(餠匙), 석류탕(꽃모양) 등이 있다.
이 중 규아상은 예전에, 궁중에서 해 먹던 음식으로 해삼의 생김새처럼 주름을 잡아 만들어 미만두라고도 불린다. 병시(餠匙)는 지금의 만둣국과 유사한 형태로 만두 모양은 둥근 만두피를 반만 접어서 주름을 내지 않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써 국을 끓였다. 석류탕은 석류처럼 생긴 데서 붙은 이름으로 역시 궁중에서만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또한 가루 반죽을 쓰지 않고 생선이나 육류, 채소 등의 재료를 넓게 펼쳐서 소를 넣은 만두도 있다.
어만두는 생선 살의 껍질에 소를 넣고 빚으며, 꿩만두나 준치만두는 살을 다져서 둥글게 빚은 후 녹말만 묻혀서 굴림만두처럼 만든다.
궁중의 잔치 기록에는 생치(生雉)만두, 생복(生鰒) 만두, 진계(陳鷄) 만두, 생합(生蛤) 만두 등이 나온다. 이순록(二旬錄)에는 "인조가 전복 만두를 좋아하셨는데 생신날에 왕자가 비(妃)와 함께 동궁에서 직접 만두를 만들어 새벽에 문안을 올렸다"는 기록도 전한다.
이러한 만두는 떡, 지짐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즐겨 먹어 온 음식의 하나다. 만두는 기록상으로는 고려시대에 처음 등장하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그 조리법이 더 다양하게 발전했다.
고려시대의 만두는 주로 밀가루, 메밀가루로 만들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옥수숫가루로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두소로는 고기, 물고기, 채소, 숙주나물, 두부 등 다양하다.
그중 강원도의 향토 음식으로 알려진 메밀로도 만두를 만드는 방법이 '음식디미방'에 자세히 나와 있어 상당히 이채롭다.
먼저 메밀가루를 끓는 물에 반죽한다. 만두소로는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꿩고기를 쓴다. 미나리, 숙주나물, 무는 데치고 배추김치, 고기는 다진다. 채소와 두부에는 생강,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기름을 넣어 간을 맞추어 버무린다. 가루 반죽을 얇게 밀고 속에 잣을 두어 알씩 넣고 빚어 고기 장국이 끓을 때 넣는다. 만두가 익어서 동동 뜨면 건져내어 후춧가루를 뿌린다. 마무리로 초간장에 고춧가루를 두어 함께 낸다.
지금은 우리네 만두가 'K-만두'로서 세계 각국에서 건강식품으로 사랑받고 당당히 'K-푸드'의 한 분야를 맡고 있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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