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본땅에 극초음속 미사일 쐈다? '1천500㎞ 비행' 주장 의문

연합뉴스 2025-01-08 11:00:08

평양서 알섬 상공 지나 1천500㎞면 홋카이도…'1천100㎞ 비행' 軍 평가와 차이

탄착 지점 가까운 일본도 "약 1천100㎞ 비행해 EEZ 바깥쪽 해상에 낙하"

북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은 지난 6일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다며 1천5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일 쏜 미사일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고 7일 발표하면서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1천500㎞ 계선의 공해상 목표 가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주장했다.

군이 포착한 미사일 발사 지점은 평양 일대였고, 미사일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표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 무인도 '알섬' 상공을 지나 비행했다.

평양에서 알섬 방향으로 1천500㎞ 선을 그어보면 일본 홋카이도 최북단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북한 주장이 사실일 경우 미사일이 일본 본토에 떨어졌거나, 약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 라페루즈 해협까지 날아갔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한국·미국·일본의 군과 정보 당국이 파악한 내용과 차이가 크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미사일 비행거리가 1천100여㎞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도 비행거리를 약 1천100㎞라고 보고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 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이 1천100㎞보다 더 비행해서 일본 EEZ나 영토에 근접 또는 도달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이런 분석을 내놓을 가능성은 없다.

미사일의 탐지·추적이 지구 곡률에 의해 제한받아 오차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도 북한 주장의 근거는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미사일 발사 시점에는 가까운 한국에서 탐지·추적이 원활하고, 동북 방향으로 날아간 이번 미사일의 경우 탄착 지점은 일본이 조금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일본과 가까워지기에 일본의 탐지 성공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의 지원까지 더해진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북한 미사일이 3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비행거리 외에 해당 미사일의 비행 특성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에서 북한은 미사일이 "1차 정점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지난해 4월 2일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형과 같거나 이를 개량한 기종으로 평가되는데, 지난해 4월 당시엔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라고 주장했다.

미사일이 두 차례 정점고도를 찍었다는 것은 비행 중 궤도를 틀면서 변칙 기동했다는 의미로, 상대의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극초음속 미사일 특성에 부합한다.

더욱이 1차와 2차 정점고도의 차이가 지난해 4월 약 29㎞에서 이번에 약 57㎞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주장은 변칙 기동 역량의 발전을 뜻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군은 지난해 4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2차 정점 고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는 변칙 기동 역량은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