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말 1.35%…팬데믹 때보다도 배 이상 높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경기 둔화로 저소득은 물론 중소득·고소득 자영업자도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3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1분기(1.7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소득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3년 4분기 0.98%에서 지난해 1분기 1.16%로 올라선 후 2분기 1.09%, 3분기 1.35% 등으로 줄곧 1%를 웃돌았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서비스업 경기가 얼어붙은 2020~2021년에도 연체율이 0.5% 안팎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고공행진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고소득 자영업자 차주는 146만7천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의 46.9%를 차지했다.
대출 잔액도 737조원에 달해 저소득 자영업자(133조1천억원)나 중소득 자영업자(194조3천억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이 크게 확대될 경우 전체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중소득 자영업자 사정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득은 소득 상·하위 30%씩을 제외한 나머지(30~70%) 소득 수준을 의미한다.
지난해 3분기 말 중소득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3.04%로, 역시 2015년 1분기(4.76%)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22년 1%를 밑돌던 연체율이 2023년 1%대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2%대를 거쳐 3%대까지 치솟았다.
한은 관계자는 "모든 소득 구간에서 저신용자 수가 늘고 있고, 이는 고소득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라며 "중소득 자영업자는 연체 차주 수 비중이 다른 소득 구간보다 높아 연체율도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저소득(하위 30%) 자영업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68%로 집계됐다. 2014년 2분기(1.83%)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최고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5%에 달해,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였다.
한은은 "최근 자영업자 대출은 증가세가 과거에 비해 둔화했으나, 연체율이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금융긴축 지속과 서비스업 경기 부진 등을 들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얼어붙은 내수 상황에 정치적 불안까지 덮치며 서민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높은 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과 채무조정 등 적극적인 자영업 지원 대책은 물론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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