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티베트서 규모 7.1 강진…95명 사망 속 피해 확대 우려(종합3보)

연합뉴스 2025-01-08 00:00:26

"부상 130명·가옥 1천여채 붕괴"…"진앙 200㎞ 안 5년 내 발생한 최대 지진"

"자다 깨 도망쳤다" 주민 혼비백산…시진핑, 여진 속 총력 구조작업 지시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7일 오전 중국 서부 네팔 국경 인근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 규모 7.1(미국 지질조사국 기준)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까지 사망자 95명, 부상자 130명 등 2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고, 강진 여파로 가옥도 1천여채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지진이 종종 있었던 티베트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대형 지진이 발생한 데다, 지진 발생 시점이 주민 대다수가 집에 있었을 가능성이 큰 아침이었다는 점에서 수색 작업 경과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강진

◇ 오전 9시에 규모 7.1 강진 덮쳤다…구조인력 수천명 투입

중국지진대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분(현지시간) 시짱자치구의 제2도시인 르카쩌(시가체)시 딩르현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0㎞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이날 9시 5분께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 로부체(인구 8천700명)에서 북동쪽으로 93㎞ 떨어진 중국 지역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도 같은 시각 로부체에서 북북동쪽으로 99㎞, 인도 다르질링(인구 12만3천명)에서 북서쪽으로 202㎞ 거리에서 규모 7.0 지진이 관측됐다고 했다.

르카쩌시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5명, 부상자가 1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진앙 주변 20㎞ 범위 안에 주민 약 6천900명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옥 1천여채가 무너졌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르카쩌시 정부는 이번 지진이 딩르현의 춰궈향·취뤄향 등 14개 향진(鄕鎭·중국 농촌의 기초 행정 단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중국 국무원 지진대응·재난구조지휘부판공실과 응급관리부는 국가 지진 3급 응급 경보를 발령하고 구조·대피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국가방재위원회는 재난구제응급경보를 2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진 발생 후 중국 당국은 삼림소방대와 무장경찰, 공안, 군부대 등 인력 3천400여명과 차량·기계 150여대, 의료진 340여명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군은 서부전구 병력과 Y-20 수송기 1대를 피해 지역으로 보냈다.

수색·구조 작업 중인 중국 소방관들

◇ 지각 변형 힘 강한 해발 4천m 티베트고원…"며칠간 여진 가능성"

중국 서부와 네팔 히말라야 산악 지역에서는 그간 지진이 종종 발생해왔다.

2008년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약 7만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2015년에는 카트만두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해 9천명이 숨지기도 했다.

CCTV는 지난 5년간 이번 진앙 주변 200㎞ 안에서 규모 3 이상 지진이 29회 발생했다며 이번 지진이 "최근 5년 안에 발생한 최대 지진"이라고 설명했다.

진앙 주변 5㎞ 범위의 평균 해발 고도는 4천259m다. 자치구 성도 라싸시는 진앙에서 379㎞ 떨어져 있다.

중국 지진 당국은 이번 지진의 진원이 칭짱고원(티베트고원) 라싸지괴 내부에 있다며 신장형(extensional) 파열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티베트고원 남부는 남북 방향으로 누르는 힘과 동서 방향으로 당기는 힘의 영향을 모두 받고 있는데 고원 내부에서 남북·동서 방향과 각각 가까운 두 종류의 전형적인 단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강력한 지각 변형 작용으로 라싸지괴와 주변 단열대의 활동이 특히 강해지게 된다.

방송은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발생한 뒤 진원과 그 부근 지역에 여진 활동이 관측되고, 이런 여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강도와 횟수가 점차 약해진다"며 "본래 지진 지역과 부근 지역에선 가까운 며칠 동안 진동이 느껴지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변 지역에서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지진대망은 첫 지진 후 30여분 지난 오전 9시 37분 르카쩌시 딩제현에서 규모 4.2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USGS도 규모 4.2∼5.1 지진이 인근에서 추가로 발생했다고 했다.

구조된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

◇ 집 무너지고 물건 쏟아지고…달라이라마·푸틴도 애도 메시지

관영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붕괴된 집과 도로, 무너진 비탈과 바위 덩어리 등 지진 피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담벼락이 완전히 무너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집과 진열된 물건들이 일제히 땅에 쏟아지는 상점 등을 촬영한 장면이 빠르게 퍼졌다.

살림살이를 바깥 흙바닥에 내놓은 채 구조를 기다리는 현지 주민들과 구조가 돼 담요에 덮인 채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딩르현 관계자는 붕괴가 발생한 가옥은 대다수가 흙으로 지어진 낡은 집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근과 콘크리트로 건축된 집도 균열과 파손, 붕괴를 피하기 어려웠다.

한 주민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죽겠구나 싶었다"며 "비행기가 들어올 때처럼 기류가 뒤집혔다. 이층집이 모두 무너졌고 전동 오토바이도 박살이 났다"고 설명했다.

딩르현의 한 호텔에 묵고 있던 한 여행객은 현지 매체에 "자고 있다가 지진 경보를 보고 가을옷만 입고 뛰쳐나왔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산 베이스캠프에 머물던 여러 네티즌도 소셜미디어에서 땅의 진동을 느꼈다고 했다.

네팔과 인도 매체들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인도 수도 뉴델리는 물론 방글라데시와 부탄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서 '총력 구조' 방침을 하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시짱 르카쩌 딩르현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중대한 인명 손실이 나왔다"며 "전력으로 인원 수색과 부상자 구조·처치를 해 최대한 사상자를 줄이고 2차 재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장궈칭 국무원 부총리를 지진 현장으로 파견해 구호 작업을 지도하게 했다.

한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이날 인도 빌라쿠페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오늘 아침 티베트 딩르와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소식을 듣고 매우 슬프다"면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다친 모든 사람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시 주석에게 보낸 편지에서 "티베트자치구에서 발생한 지진의 비극적 결과와 관련해 내 가장 깊은 애도를 받아달라"며 "러시아는 자연재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을 나누고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그래픽]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진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