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서 제3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강승원·김형석·권진원·이적 등 심사…대상격 '김광석상'에 산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996년에 김광석이 떠나고 매년 1월 6일이면 여기서 친구들이 모여서 이렇게 (음악으로) 그를 만났습니다. 이전에는 슬픔과 애도, 눈물의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후배들의 모습을 보는 기쁜 시간이 됐습니다." (박학기)
'사랑했지만'·'먼지가 되어'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고(故) 김광석(1964∼1996)의 대표곡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 1월 6일, 고인과 인연이 깊은 옛 학전 자리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은 뮤지션 꿈나무 일곱 팀이 부르는 김광석의 명곡을 타고 추억에 잠겼다.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제3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에서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작년 문을 닫은 학전블루 소극장이 재단장한 공연장으로, 이곳은 김광석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김광석은 생전 이곳에서 라이브 콘서트 1천회 개최라는 기록을 남겼고, 그의 사망 이후 1996년과 1999년 두 번의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2008년에는 학전블루 소극장 마당에 노래비도 세워졌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기일인 매년 1월 6일 '김광석 따라 부르기', '김광석 노래 부르기',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으로 추모 행사를 이어왔다.
지난해 세상을 뜬 김민기 학전 대표의 뒤를 이어 김광석추모사업회 회장을 맡은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 강승원을 비롯해 정원영, 동물원 박기영, 권진원, 김형석, 이적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동료 가수 박학기는 MC를 맡았다.
박학기는 "오늘은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29년째 되는 날이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는데, (김)광석이가 떠난 지가 벌써 30년이 돼 간다"며 "이 자리가 음악 창작자와 출연자의 등용문이 되기를 다 같이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이초연, 권미나, 골든도넛, 눈사람, 유포니, 산하, 노인(noin) 등 일곱 팀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기다려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너에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다려줘' 같은 김광석의 대표곡을 각각 부른 뒤, 직접 만든 창작곡을 선보였다.
관악기 위주의 독특한 편성으로 눈길을 끈 골든도넛은 악기의 특징을 살려 신나게 편곡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불렀고, 산하는 깊은 감성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곁들여 '기다려줘'를 들려줬다.
김광석도, 그와 인연이 깊었던 학전도 이제는 없지만, 그의 음악만큼은 후배 뮤지션과 음악 팬을 통해 켜켜이 흘러가는 듯했다.
참가자의 경연이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평가 결과를 논의하는 동안 유리상자의 박승화와 동물원이 축하 무대를 꾸몄다.
이날 대상에 해당하는 김광석상은 독특한 감성으로 김광석의 '기다려줘'와 창작곡 '이 세상 괜한 걱정'을 부른 산하에게 돌아갔다.
가창상은 눈사람, 연주상은 골든도넛, 편곡상은 유포니, 작곡상은 노인, 작사상은 이초연, 다시부르기상은 권미나가 각각 받았다.
산하는 창작곡 제목에 대해 "홍대 어느 술집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며 "술집 벽에 사람들이 적어 놓은 온갖 걱정거리가 있더라. 나 말고도 모든 사람이 저마다 고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도 느꼈다"고 소개했다.
심사를 맡은 이적은 "참가자의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김광석 선배님은 너무 무게 있는 '오리지널'이었기에 나는 감히 그의 노래를 바꿔 부르기를 주저했는데, 이제는 그것을 하나의 텍스트로 놓고 새롭게 변주해 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김형석도 "내가 여기 학전 출신이고, (김)광석이 형 공연 때 건반으로 음악을 시작했다"며 "(김)민기 형도 안 계시고 (김)광석 형도 안 계셔서 그립지만, 여기 올 때마다 내가 막내 같아서 좋다. 참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배워서 하는 음악의 느낌도 물론 필요하지만, 자기 안에서 꺼내는 그 날것의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며 "오늘은 그런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올해는 다른 이름의 같은 장소(학전)라 참 새롭기도 하고 기분이 묘합니다. 요즘 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서 이 대회를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오늘 여러분의 음악을 들으니 꽉 뭉쳐 있던 마음이 확 풀리는 걸 느꼈습니다." (권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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