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모크&피클스' 출간…"한국 셰프는 정밀, 미국 셰프는 보다 본능적"
"한국에서 레스토랑 계획 아직 없어…전력투구할 시간 생기면 낼 것"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셰프나 아티스트는 음식을 통해 스토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스토리는 통상 인생에 천착하죠. 좋은 음식에는 맛뿐 아니라 이야기도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셰프 에드워드 리(한국명 이균·53)의 삶은 '하루아침에 눈을 떠 보니 유명해졌다'는 시인 바이런의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바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그는 '흑백요리사'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광고, 방송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도 냈다. 국내 번역 출간된 '스모크&피클스'(위즈덤하우스)다. 개인적인 성장 과정과 요리 세계가 확장하는 여정을 따라 소, 돼지, 양, 해산물, 피클, 버번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가정에서 다룰 수 있는 식재료를 소개하는 요리책이자, 자서전 성격을 지닌 에세이다.
책 출간을 맞아 7일 국내 언론과 화상으로 만난 그는 "한글로 나와 있는 책 제목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했다. 책은 미국에서 2013년 영어로 출간된 바 있다. 그의 또 다른 책 '버터밀크 그라피티'(2019)와 '버번 랜드'(2024)도 올 상반기 중 차례로 번역돼 국내에 나올 예정이다.
책에서 그는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으로 바꾸는 것, 그런 점에서 셰프는 물감이나 단어, 음표 대신 자연이 제공한 재료를 사용하는 예술가"라는 지론을 펼친다.
그에게 있어 요리는 "최고의 예술"이자 영혼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정해진 레시피도 필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걸 뛰어넘는 독창성도 필요하다. 그런 창의성은 종종 기억과 감정, 맛과 같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기억, 감정, 맛과 같은 것을 통해 손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리는 요리사의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합니다. 저라는 존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뀝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음식에 그대로 투영되죠. 그런 점에서 저는 계속해서 도전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어요. 계속 도전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영원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는 1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지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할 정도로 읽고 쓰기도 즐겼다. 뉴욕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켄터키주 루이빌로 내려가 식당을 운영하며 22년을 보냈다. 그곳의 풍미를 담은 미국 남부 음식은 그에게 편안함을 안겨줬다. 할머니 손맛이 주는 고향 음식과 같은 친근함을 느꼈다고 한다.
"인간은 저마다 사는 세상이 다르고, 먹는 재료가 다르지만, 먹는 방식은 대개 비슷한 것 같아요. 서로 연결돼 있죠. 미국 남부 사람들은 고기, 탄수화물인 콘 브래드, 피클, 채소를 먹습니다. 코스 식이 아니라 한국처럼 한꺼번에 먹죠. 우리가 갈비, 탄수화물인 밥, 김치, 나물을 한 상에 먹는 것과 비슷해요. 이렇게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셰프인 에드워드 리가 '흑백요리사'에 도전한 건 과감한 결정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한국의 다양한 셰프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셰프는 음식을 만들 때 대단히 정밀·세밀하고, 훈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 셰프는 본능에 좀 더 충실한 것 같다. 좀 더 과감하고, 위험을 감수한다"고 했다.
'흑백요리사' 출연 후에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건네는 건 감동적인 일"이라고 했다. 다만 한국에서 당분간 식당을 열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의 삶이 너무 바빠 한국에 체류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런 상태에선 식당을 낼 수 없습니다. 전력투구할 시간이 생긴다면 그땐 가능하겠죠."
에드워드 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영리 한국식당을 열었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 문제에 천착한 레스토랑이다. 그는 "우리는 너무 많은 플라스틱을 쓰고 수많은 쓰레기를 배출해 오염을 일으킨다"며 "레스토랑도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이런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레스토랑이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연주 옮김.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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