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 현장조사 못했지만 주류 반입 증거 없어…법카 내역도 확인"
"관련법상 검찰청을 교정시설로 볼 수도 없어 처벌 불가"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검찰 술자리 회유'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수원지검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에 대해 불송치 결정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회유와 압박으로 인해 허위 진술을 한 바 있다며 지난해 4월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술을 마셨다고 지목한 날짜의 출정일지와 호송 계획서, 영상녹화실 내부 사진 등을 차례로 공개하며 이 전 부지사가 지목한 일시엔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검찰청 내에서는 음주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김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 거래내역까지 공개하며 "2023년 5월 29일 오후 5시 40분, 이화영이 지속해 지목했던 ○○연어(수원지검 인근 식당)에서 4만9천100원을 결제한 내역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날은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 3명이 수원지검 1313호(검사실)에 함께 있었다. 유추해봤을 때 해당 날짜에 술 파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4만9천100원 중 100원은 봉툿값으로 보인다"며 "음식을 포장 구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경찰은 지난 8개월간의 수사 끝에 고발인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각적인 수사를 했으나, 검찰청 내에 주류가 반입됐다고 볼 만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입회 변호사인 설주완 변호사 등 중요 참고인을 다수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설 변호사는 이번 의혹에 대한 연합뉴스 질문에 "술자리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쌍방울 그룹의 법인카드 거래내역에 대해서는 "○○연어(현재 폐업) 업주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업체는 봉툿값을 받지 않는 곳으로 파악돼 고발인 측 주장과 부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약 주류 반입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해도, 처벌 근거가 없어 사건을 송치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이 고발장에 적시한 혐의인 형집행법 113조 2항은 '주류 등 물품을 수용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교정시설에 반입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에서 말하는 교정시설은 '교도소·구치소 및 그 지소'로 정의된다.
결국 검찰청은 교정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주류 반입이 이뤄졌다고 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이유로 인해 앞서 고발장 접수 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어려우리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피고발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해놓고 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사건 장소로 지목된 검사실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데 따른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간접 증거를 통해 검사실 구조와 위치를 파악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검사실 현장 조사 요청을 거절함에 따라 현장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피고발인은 물론 교도관 등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검사실 구조를 파악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2월 1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2심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7년 8월에 벌금 2억5천만원 및 추징금 3억2천595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에 대해 "(검찰청) 영상녹화실 구조를 비춰보면 술자리 회유가 실제 있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