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총협 설문조사에 사립대 151개 중 90개 응답…48개 "인상"·38개 "미정"
"영국·일본·미국도 인상 예정…교육부 17년째 동결 강요"
(세종=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전국 사립대학교 3곳 중 1곳가량은 올해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 여부를 논의 중인 대학도 25%에 달해 실제 인상 대열에 합류할 대학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사립대학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지난해 11월 151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0명 가운데 48명(53.3%)이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7일 밝혔다.
등록금을 올릴지 말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응답한 대학은 38개(42.2%)였다.
'동결할 계획'이라고 답한 대학은 4개에 불과했고, '등록금 인하'를 고려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조사에 응한 대학이 90곳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인 대학은 전체 사립대의 31.8%, 미정인 대학은 25.2%에 해당한다. 두 응답률을 합하면 57.0%다.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사립대 절반 이상이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는 셈이다.
사총협은 나머지 61개 대학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이들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신입생 유치나 국가장학금Ⅱ유형 국고 지원과 연계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응한 사립대는 총 7가지 대학 현안들 가운데 우선순위 항목 3개를 고르라는 설문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1순위(75.9%)로 골랐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어려움(중복응답)으로는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97.8%), 첨단 교육시설 개선(97.7%), 우수 교직원 채용(96.6%) 등을 꼽았다.
사총협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해외 주요국의 대학 등록금 인상 현황을 소개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사총협은 "영국은 3.03% 인상을, 일본은 도쿄대 등 주요 대학이 최대 20%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도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평균 5.2% 이상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부는 경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지난 16년간 등록금 동결 정책을 유지해왔는데 올해에도 같은 이유를 들어 17년째 동결을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에 각을 세우기도 했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총장은 "대학 교육의 질 제고와 첨단교육 환경 구축을 위해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학 등록금 인상 허용과 사립대학 재정지원 확대 등 고등교육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되 등록금 동결 기조는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명의의 서한문을 보내 정부 방침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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