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장관 "국토부 관계자 항철위 조사서 배제…로컬라이저 등 개선"

연합뉴스 2025-01-08 00:00:13

"공정조사 위해 항철위 위원장 사임·항공정책실장 업무 배제"

블랙박스 내용 가능한 범위 내 공개…항공 안전 혁신방안 마련 약속

박상우 장관, 참사 관련 사의 표명…"무거운 책임감을 느껴"

(서울·세종=연합뉴스) 김보경 홍규빈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사고 원인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위원장 등 국토부 관련 인사를 조사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등 공항 시설물을 개선하고, 항공 안전 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등 모든 선제적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설명하는 박상우 장관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 29일 사고 직후 열린 첫 브리핑 이후 9일 만이다.

먼저 박 장관은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제 규범과 국내 법령을 준수해 공정하게 조사를 이어가겠다"며 "조사의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 제기가 있던 항철위 위원장은 오늘부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상임위원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사 등 항철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의 조사 주체인 항철위는 장만희 전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는 "공항 시설물이 참사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있는데 전직 국토부 관료가 조사위원장을, 현직 국토부 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이러한 '셀프 조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별도 조사기구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토부가 사고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등 공항시설 관리감독 최종 주체인데 부처 관계자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 "사고 조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희생자 가족들을 비롯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다"며 "보험회사가 의혹을 제기하면 보험금 지급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사고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뿐만 아니라 저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고, 항철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위원회 조직·인적 구성 개편방안을 포함한 법률 개정과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눈 내린 무안국제공항 주차장

박 장관은 이번 참사 원인 규명에 핵심적 역할을 할 블랙박스의 내용도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브리핑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장관은 "사고 항공기에 장착된 음성기록장치(CVR)는 자료 추출 후 녹취록 작성이 완료됐고,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어제 미국으로 이송돼 분석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녹취록과 분석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항철위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과 같은 공항 시설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제 규범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이 방대하고, 공항시설 관련 법령 체계가 복잡해 해석에 혼선이 있는 만큼 현재의 법령과 제도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향후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항공 안전 혁신안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관 합동 점검팀을 구성해 항공 안전관리 현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해외사례와 국제기준을 철저히 분석해 시설 및 제도개선을 하는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할 생각이며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상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참사 수습 이후 사임 등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