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거나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주거 문제다. 서울에서 신혼부부가 자력으로 집을 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출에 양가의 금전적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웬만해선 집 살 욕심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비싸다. 그래서 전세나 월세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전세보증금도 만만찮은 목돈이 필요하다. 그나마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월세지만 서울에서는 주택(아파트, 연립·단독 주택) 평균 월세 100만원 시대가 굳어진 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105만2천원) 이후 1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서울 한복판에 '월세 1만원' 하는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이 나왔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월세가 지역 평균의 100분의 1 정도인데 임대주택이 원룸 수준도 아니고 방 2개 이상, 화장실 1개가 있어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규모라고 한다. 위치도 외곽지역이 아니다. 동작구가 공급하는 '만원 임대주택'은 노량진·상도·흑석·사당동에 있다. 구가 관내 주택의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한 후 입주자로 선정된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형식이다. 임대보증금은 전세보증금의 5%이고 월 임대료가 1만원인 구조다. 2년 계약에 한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4년간 살 수 있다. 동작구는 지난해 4월 청년들이 월세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는 '만원 주택'을 공급한 바 있는데 이번이 '만원 주택 2탄'인 셈이다. 공급 주택 7가구에 100명 이상이 입주 신청을 했고 그 중 지난달 27일 추첨을 통해 선정된 입주자는 로또에 당첨된 것에 진배없다고 할 수 있다.
'만원 주택' 사업의 시작은 지방이다. 전남 화순군이 지방소멸 대응 정책으로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전남 강진·무안, 강원 태백, 충남 청양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화순군은 지역 노후 아파트를 개량해 2023년부터 4년간 '청년·신혼부부 특화형' 4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인데 첫해 1차 50가구 모집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군이 임대보증금과 예치금을 지원하고 입주자는 월 1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는 형식이다. 지자체에 따라 농촌의 빈집을 개조해 '만원 주택'으로 공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광역지자체로는 인천시가 올해부터 신혼부부에게 하루 임대료 1천원인 '천원 주택'을 연간 1천호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남도 '만원 주택' 1천호 공급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인구 감소지역인 고흥·보성·진도·신안군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자 수가 9년 만에 증가했다는 통계가 연초에 발표됐다. 8년 연속 감소하던 출생자가 다시 증가한 것은 인구감소세 반전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런 통계가 추세적 흐름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부와 지지체의 인구 대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가 다소 이를 수도 있지만 화순군의 사례는 일단 고무적이다. 화순군 출생아는 2022년 178명, 2023년 212명, 2024년 255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다고 한다. 올해는 '만원 주택'이 좀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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