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경관 단절 vs 새로운 볼거리, 해운대 타임스스퀘어 논란

연합뉴스 2025-01-07 13:00:09

공공부지 이벤트 광장에 설치될 높이 26m 대형 광고판 우려

부산시 "경관 검토 필요", 해운대구 "의견 충분히 수렴할 것"

해운대구남로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바다 경관 단절이냐, 바다와 어우러진 새로운 볼거리냐.

비수도권 최초로 추진되는 일명 '해운대 타임스스퀘어' 사업을 두고 경관 훼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 타임스스퀘어 사업으로 불리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은 옥외 광고물의 설치 기준과 규제를 완화한 구역을 말한다.

225㎡ 이상의 옥외광고물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법의 규제에서 벗어나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타임스스퀘어'처럼 광고물의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의 도톤보리나 영국 런던의 피커딜리 등 성공한 해외 사례가 있고, 현재 국내에서는 강남 코엑스 일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지방에서 최초로 서울 광화문, 명동과 함께 지정됐다.

구간은 음식점과 호텔이 늘어선 중심상가인 구남로와 해운대 해수욕장 이벤트 광장 등 1㎞다.

이에 특급호텔인 그랜드조선부산은 10층 높이 규모의 초대형 디스플레이 광고판을 설치해 올해 6∼7월 공개할 예정이다.

해운대구도 공공부지인 이벤트 광장과 해운대 관광 안내소 옥상, 구남로에 미디어폴과 미디어 타워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해운대구는 이들 광고판에서 미디어아트 등 새로운 볼거리도 의무적으로 상영하기 때문에 또 다른 관광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해운대구청

하지만 백사장 바로 앞 이벤트 광장에 설치될 대형 '미디어 타워'와 관련해서는 경관 훼손이 논란이다.

미디어 타워의 높이는 26m로, 이 중 광고 표시화면이 19m에 달하는데, 부산시는 이 대형 광고판이 구남로에서 보는 바다 경관을 가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공공재인 해수욕장 공공부지에 상업 광고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시민도 있다.

최종 인허가권자인 부산시의 우려에 해운대구는 지난해 9월 우선협상자 대상자를 선정하고도 석 달째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공공디자인담당관실 관계자는 "해운대구는 경관으로 의미가 있고 소중한 관광 자원이어서 우려가 있다면 당연히 더 검토해 봐야 한다"면서 "전문가들에게 좀 더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해 구청과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충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없던 시설물이 들어오는 것이어서 다른 의견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한 논의로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운대구는 협의 과정에서 원안 고수의 필요성은 강하게 언급할 예정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운영 기본 계획에 미디어 타워도 들어가 있던 내용이고, 이벤트 광장이 바다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이벤트나 행사가 개최되는 그런 공간적 의미도 있다"면서 "그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콘텐츠가 미디어 타워나 대형 광고판을 통해 나온다면 해운대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도 바다와 어우러지는 미디어 랜드마크를 높게 평가해 지방 최초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 여름 그랜드조선부산 호텔 광고판이 생기고 콘텐츠가 공개되면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