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여성혐오' 글 1천900건 게시는 무죄…"구체적 위해 취지 아냐"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던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살인예비,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28)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사흘이 지난 2023년 7월 24일 신림역 인근을 지나는 여성을 살해할 목적으로 길이 32.5㎝의 흉기를 구매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심과 2심은 이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범죄 예고 글에 대해 "다수의 시민이 상당한 불안감 및 불편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 그 피해가 적지 않다"며 협박·살인예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이씨가 약 5개월간 여성 혐오 글 1천900건을 올린 행위에 대해 적용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글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표출하거나 왜곡된 젠더의식을 드러내거나 특정 집단 전체를 비난하거나 단순히 주관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표현 방법이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는 해도 이러한 내용만으로 피해자들에게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살인예고 글을 통해 신림역 일대의 상인 및 주민 등 불특정 다수를 협박했다는 협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숫자조차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1·2심과 같이 판단하고 원심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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