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더 나빠질 수도"…눈 앞에 닥친 '성장절벽'

연합뉴스 2025-01-07 07:00:08

글로벌 IB 올해 韓 성장률 전망치 평균 1.8→1.7%…최저 1.3%

내년 전망치도 1.8% 그쳐…물가·환율 불안에 금리 결정 '난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끝을 알 수 없는 정국 불안 속에 한국 경제의 유례없는 저성장을 향한 대내외 경고음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제 심리 악화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환율 급등에 물가는 오르는 악순환이 눈앞에 닥치면서 1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 1.3% 제시한 JP모건 "내수 불확실성 단기 해소 어려워"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전망치(1.9%)는 물론 정부의 지난 2일 전망치(1.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3분기 수출 감소를 확인한 직후인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탔다.

지난 한 달 사이에는 JP모건이 1.7%에서 1.3%로, HSBC가 1.9%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조정했다.

IB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경제심리지수가 전반적으로 꽤 큰 폭으로 하락했고, 올해 1월 들어서도 의미 있게 상향 반전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까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내수 불확실성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여 올해 1분기 수치까지 낮췄고, 그 결과로 연간 수치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로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감소하는 등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 후 대선 공약대로 관세를 상당 폭 인상할 경우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기도 한다.

박 본부장은 "올해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대략 2% 선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물가·성장·환율…상충하는 변수들에 한은 결정 주목

해외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평균 1.8%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전례 없다.

저성장 우려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이유다

외환위기 때는 1998년 -4.9%에서 이듬해 11.6%로 반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9년 0.8%에서 이듬해 7.0%로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2020년 -0.7%에서 이듬해 4.6%로 회복되기도 했다.

내년 전망치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각 2.1%, HSBC가 1.9%, 노무라가 1.8%, 씨티가 1.6%, 바클리가 1.5%, UBS가 1.3%를 각각 제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JP모건과 HSBC가 지난해 11월 말 각 1.7%와 1.9%에서 12월 말 나란히 2.0%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가 2.0%에서 1.9%로 낮추면서 IB 8곳 전체 평균은 1.8%로 유지됐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와 성장, 환율 등의 변수가 상충하는 가운데 오는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 불안, 항공기 사고 등은 소비심리를 추가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다만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어느 방향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금융통화위원회 직전까지)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