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집권 유지한 '장수 총리'…고물가·이민자 문제로 인기 하락
트럼프 '25% 관세폭탄' 대응두고 동맹세력 잇따라 등돌리며 '사면초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위협받아 온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유당이 자신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당이 차기 대표를 선출한 이후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며 "내가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하원은 당초 오는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을 중심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3월 24일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기간 집권 자유당은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되면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2년여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동맹 세력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집권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바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2022년부터 제3야당인 신민주당과 정책 연합을 맺고 의회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하원 내에서 입지를 보장받아왔다.
특히 트뤼도 총리를 향한 퇴진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29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은 트뤼도 총리와의 만찬에서 고율 관세 부과 시 캐나다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호소하자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달 16일 전격 사임했고,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급부상했다.
나아가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저그밋 싱 캐나다 신민주당(NDP) 대표가 지난달 20일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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