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유실을 막을 방안을 고심 중인 스위스가 한편으로는 녹아내린 빙하 속에서 인류에 유용한 미생물을 찾는 연구도 벌이고 있다.
스위스 공영언론 스위스인포는 연방 산림·설원·경관 연구소(WSL)가 알프스 빙하와 영구 동토층에서 미지의 미생물을 찾아내고 그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비트 프레이는 인터뷰에서 "스위스 동부 알프스 내 영구 동토층에서 이미 10종의 새로운 박테리아와 1종의 새로운 곰팡이를 발견했다"며 "세계 곳곳의 빙하 지역에서 비슷한 발견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모테라치와 론, 샹플뢰홍 등 알프스 동서 축을 따라 위치한 주요 빙하 지역에서 얼음이 녹으면서 노출된 미생물은 매우 다양하고 프레이는 소개했다.
특히 환경·생명공학 분야에서 잠재력을 지닌 미생물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을 지닌 세균에 대처하는 데 유용한 미생물이나 저온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곰팡이 등이 유망한 연구 분야로 꼽힌다.
다만 WSL은 이런 발견을 빙하 유실의 긍정적 측면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빙하 유실은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이며 미생물 연구 역시 곧 없어질지도 모를 빙하 생태계를 신속히 연구해 기록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프레이는 "기후변화로 빙하뿐 아니라 빙하 속 생물도 사라지고 있다"며 "이런 생물학적 유산을 잃는 것은 극도로 추운 환경 속에서 생명체가 적응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지식을 뺏기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스위스의 빙하는 급속도로 유실되고 있다. 스위스 과학계에선 2100년이면 알프스 빙하의 80%가 없어질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국은 얼음이 많이 녹는 빙하 지역에 흰색 천막을 덮어 햇빛을 반사하고 냉기를 유지하는 미봉책을 쓰고 있지만 유실 속도를 늦추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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