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에 '절반'의 유화 제스처…테러단체 해제 여부도 신중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전이 끝나고 과도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시리아에 식수, 전기 등 인도주의적 생필품을 제공하는 지원 단체들이 그간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야 했던 승인 절차를 면제해준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리아 측이 이런 구호 물품들을 오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규제 완화의 조건이라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시리아의 아사드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들어선 과도정부가 연일 서방에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보낸 유화 손짓에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과도정부의 핵심 세력인 반군 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레반트해방기구)에 대한 테러 단체 지정과 광범위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두고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과도정부의 실권자인 아메드 알샤라가 이끄는 HTS는 처음에는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분파로 세워졌으나 수년 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알샤라는 과도정부 수립 이후 서방 당국자들과 만나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인종·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상 국가를 수립하겠다고 약속하며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 애쓰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알샤라에 걸려 있던 1천만달러(약 146억원)의 현상금을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과도정부가 이러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 없다면서 테러 단체 지정과 제재는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몇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앞으로 시리아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 정부의 판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몫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WSJ은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도 HTS에 대한 제재와 테러단체 지정 해제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3일 EU 대표단 자격으로 함께 시리아를 찾아 알샤라 등 과도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알샤라와 면담한 뒤 유럽 국가들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면서도 "지난 몇 주는 시리아의 미래가 자유로운 미래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리아의 정권 이양 과정에 여성과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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