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北, 트럼프 취임 2주 앞두고 대미 압박 시동

연합뉴스 2025-01-06 16:00:09

중장거리급 엔진 장착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주일미군·괌 타격능력 과시

전문가 "존재감 부각해 트럼프 취임연설 영향 의도"…국방과업 성과내기 차원도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CG)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한동안 조용하던 북한이 6일 트럼프 2기 출범을 2주 앞두고 중거리급 엔진을 장착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며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성과를 내기 위한 시험발사일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정오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작년 4월에 쏜 미사일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마지막 활공 비행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미완 단계"라고 평가했는데, 북한이 이번에 미비점을 보완해 재발사했거나 개량형을 시험발사했을 수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를 통해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과업 중 하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속도가 최고 음속의 10배에 이르고 하강할 때도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활공비행하므로 요격이 매우 어렵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올해는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서 오늘 탄도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연초부터 성과 내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래픽]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발사한 이후 그간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트럼프 당선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상당히 신중한 분위기였다.

그런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2주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군사적 목적 못지않게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번 미사일은 중거리급(사거리 3천∼5천500㎞)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사거리는 1천100여㎞에 그쳤다.

북한이 연료량 조절 등을 통해 거리를 줄였을 가능성, 저공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특성상 정확히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이 있다.

중거리급 엔진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주일미군 기지는 물론 미국령 괌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트럼프 측에 견제구를 던지면서도 사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측이 이번 미사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색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당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단거리보다 긴 사거리의 이번 미사일에 어떻게 나올지 보자는 생각일 수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용으로 추정되는 이동식발사대(TEL)를 운용 중인 정황도 한미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ICBM까지 발사한다면 연말 전원회의에서 밝혔던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미국을 향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반도 주변 자산과 주일 미군까지 타격하는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협상 지위를 부각,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며 "트럼프와 담판으로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받으려는 대미 압박에 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미군 전력을 위협하는 능력을 드러냄으로써 존재감을 부각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수립과 취임 연설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이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잘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주요한 분야"라며 "북한은 정국 혼란 속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