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돌아온 이혜영의 '헤다 가블러'…국립극단 올해 라인업

연합뉴스 2025-01-06 15:00:14

극단, 15년 만에 국립극장 복귀…獨 '안트로폴리스'·창작극 '허난설헌' 등

명동예술극장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천승세 원작의 '만선'을 시작으로 이혜영의 '헤다 가블러' 등 12개 작품이 올해 국립극단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6일 국립극단에 따르면 올해 제작하는 첫 작품은 3월 6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만선'(윤미현 윤색, 심재찬 연출)이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불리는 작품으로, 1960년대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만선을 꿈꾸는 가난한 어부와 그 가족의 삶을 그린다.

또 다른 한국 고전 희곡으로는 이철희 연출의 '심상기행'(가제)이 7월 17일∼8월 3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린 함세덕의 희곡 '동승'이 원작이다. '심상기행'은 1939년 초연 당시 어린 불자였던 '도념'의 이야기에 시간을 입혀 나이를 더한 '도념'의 이야기로 재창작됐다. 1991년 공연된 '동승'에서 27살의 나이로 '도념' 역을 맡았던 지춘성이 세월을 입은 '도념' 역으로 출연한다.

4월에는 해외 작품 '그의 어머니'(Mother of Him)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류주연 연출로 국내 초연된다. 에번 플레이시의 장편 희곡 데뷔작으로, 강간 혐의를 받는 아들의 범죄 형량을 줄이려는 어머니의 맹목적인 모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김선영이 어머니 역을 맡았다. 국립극단은 이 작품으로 2010년 법인화 이후 15년 만에 국립극장에 복귀한다.

해외 작품으로는 2023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초연된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도 눈에 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다룬 5부작으로, 지난해 독일에서 올해의 연극상, 작품상, 극장상을 받은 작품이다. 5부작을 3일 동안 몰아보기 하는 마라톤 공연으로도 화제가 됐다. 국립극단은 1부 '프롤로그/디오니소스'(윤한솔 연출)와 2부 '라이오스'(김수정 연출)를 10월과 11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내년 3∼5부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11월에는 박정희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의 연출로 '허난설헌'(가제. 김연재 작)이 1천2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서 초연된다. 사회적 제약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고 좌절했던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이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십이야'(임도완 연출)는 6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로, 원작의 배경을 조선 시대 인천 앞바다로 각색한 작품이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도 공연 10주년을 맞아 전국 지역극장에서 관객을 만난 후 연말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마무리한다.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박정희 연출로 초연됐던 '헤다 가블러'도 13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 오른다.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으로,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인 '가블러'로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의 이야기다. 초연 때 '헤다' 역으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여자연기상,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은 이혜영이 '헤다'로 돌아온다.

어린이청소년극으로는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가 2015년 초연, 2017년 재연을 거쳐 7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헤다 가블러' 주인공 역 이혜영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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