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이동욱 "탄핵 시국 안타까워…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

연합뉴스 2025-01-06 15:00:13

"독립투사 마음 가늠하기 힘들어…광복 80주년 되새기는 기회되길"

영화 '하얼빈' 속 배우 이동욱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감히 잘 상상이 안 됐어요. 어떤 마음으로 몸을 던져서 20대 초반, 30대 초반 그 나이에 나라를 구하려고 했을까. '난 20대 초반에 뭐 했지. 참 가늠하기, 헤아리기 힘든 마음이다'라는 대화를 자주 했어요."

배우 이동욱이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 '하얼빈' 촬영 당시 배우들 및 감독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독립투사의 고뇌를 그리기 위해 극적이기보다는, 담담하게 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도 조금씩 바꿨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실제 활동하셨던 분들이 조금이라도 희화화되면 안 돼서 진지하게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하얼빈'에서 독립군 이창섭 역으로 '특별출연' 했다. 독립운동 방식을 둘러싸고 안중근(현빈 분) 등과 대립하기도 한다.

그는 "특별출연을 염두에 두고 연기한 적은 없다. 제 할 몫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훌륭한 배우들, 좋은 스태프와 같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제 연기 커리어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하얼빈' 속 배우 이동욱

기대대로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한 기억이 배우 이동욱의 인상에 남았다.

그는 "박정민 배우는 날카로운 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평소에는 조용한데 연기할 때는 돌변해서 멋지게 연기하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민의 여유로움을 배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빈에 대해서는 "굉장히 진중하고 영화 '타이틀롤'(주인공)로서 리더십도 있었다"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든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빈과 같이 '원 신 원 테이크'(중간에 편집하지 않고 한 번에 이어가는 장면)를 즉흥적으로 연기했던 때를 짜릿한 기억으로 떠올렸다.

영화 '하얼빈' 속 배우 이동욱

이동욱은 최근 작품 외적으로도 세간에 오르내렸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4일 5천만원을 기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때는 탄핵 집회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일부러 4일에 기부했다"며 "애도 기간이 지나면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질 것 같아서 한 번 더 리마인드(상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탄핵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한 데 대해서는 "부담감보다는 말 그대로 집회에 나가는 팬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며 "제가 옆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으니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최근 탄핵 시국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이번에도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이토 히로부미가 그런 얘길 해요. '이 나라는 어리석은 지도자가 있지만 늘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 이토의 부하는 '300년 전에도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있어서 침략하지 못했다'고 얘기해요. 임진왜란이 있었던 500년 전에도, 이토가 있었던 150년 전에도, 지금도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영화 '하얼빈' 속 배우 이동욱

그는 최근 '하얼빈' 흥행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다행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하얼빈'을 "극장에서 온전히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화"로 표현한 그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개봉의 의미도 되새겼다.

"세상이 많이 변하기도 했고 많이 변하지 않기도 했다고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광복) 80주년 되는 시기에 개봉한 '하얼빈'이 많은 관객에게 독립운동의 의미,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