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해 내수 기준 친환경차 판매량이 45만194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으로 5사 모두 지난해 내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친환경차 전체 판매량을 이끌었다. 반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20% 이상 줄었다.
■ 친환경차, 하이브리드 덕에 45만대 돌파…전기차는 10만대도 못 넘어
6일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실적을 종합한 결과, 이들의 친환경차 내수 판매량은 45만194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40만5331대)보다 11.1% 늘어는 수치로, 역대 친환경차 판매량 중 가장 많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의 지난해 판매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24.9% 늘어난 35만605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친환경차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었다.
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전기차 판매는 지난 2023년 (11만5900대) 대비 21.2% 줄어든 9만1385대를 기록하면서 10만대도 넘지 못했다. 수소전기차(FCEV)도 4328대에서 2751대로 36%가량 급감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40만대를 넘어섰다.
이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친환경차 판매량은 42만3059대로, 전년 대비 5.8% 늘어난 수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량은 18.2% 증가한 33만5105대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30만대를 넘어선 기록이다. 반면, 전기차는 8만5203대로 23.9% 감소했다. 수소차도 2751대로 36.4% 줄었다.
■ 부진한 내수 한국GM·KGM…르노코리아, 신차로 내수 독주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은 늘었지만, 판지독한 경기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완성차 5사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현대차·기아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중견 3사 중에선 신차 효과를 본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 내수가 부진했다.
완성차 5사의 지난해 내수 실적은 총 135만5706대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연말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할인 프로모션이 있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말조차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간 70만5010대를 기록해 전년(2023년) 대비 7.5% 줄었다. 기아도 54만10대를 판매하며 같은 기간 4.2% 감소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전년 대비 약 8만대가 덜 팔린 셈이다.
중견 3사인 한국GM, KG 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는 신차 효과를 본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내수 부진이 컸다.
KGM은 액티언을 출시했지만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난해 총 내수 판매량이 4만7046대로, 전년 대비 25.7% 줄었다.
한국GM(GM 한국사업장)은 내수 실적이 심각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 2023년 초 이후 신차가 없고, 수출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국내 판매는 거의 매달 줄고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2만4824대로,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주력 판매 2개 차종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총 1만8634대로, 전년 대비 21.2% 줄었고, 트레일 블레이저도 4260대로, 전년 대비 43.4% 감소했다.
반면 내수 실적을 크게 키운 회사도 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이브리드 인기를 힘입어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신차 판매를 늘린 덕분이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판매는 3만9816대로, 전년 대비 80.6% 늘었다.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국내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5사 중 가장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지금은 이를 만회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9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4달간 2만2034대가 팔렸다. 신차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대중화를 이룰 소형 전기차와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신차 출시가 예상돼 불황을 돌파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는 팰리세이드, 셀토스 등에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KGM도 주력 모델인 토레스와 액티언의 하이브리드를 올해 내놓는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 판매를 이어가는 동시에 전기차 세닉을 올해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