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협상 교착…가자지구 주말 100여명 사망

연합뉴스 2025-01-06 09:00:17

하마스 "1단계 인질 34명 석방"…쟁점 여전히 가자 철군인 듯

'친이스라엘 ' 트럼프 기다리나…가자전역에 보란 듯 무차별 폭격

이스라엘에 극도로 친화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재출범을 기다리며 가자지구 폭격을 이어가고 있는 네타냐후 정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가자지구 내에서는 참상이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서 뚜렷한 접점은 나오지 않았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종전으로 가는 합의의 일부로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1단계에 풀어줄 인질의 명단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재빨리 성명을 발표해 하마스가 인질 명단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1천200여명을 죽이고 250여명을 인질로 끌고가자 보복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 목표는 인질 구출과 하마스 궤멸을 통한 안보위협 해소이지만 전쟁 내내 무게는 후자에 있었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번 휴전 협상은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중재 하에 카타르 도하에서 간접 협상의 방식으로 재개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협상단을 파견한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견해차를 얼마나 좁혔는지 불투명하다.

구두로 전해지는 협상안을 보면 하마스는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과 영구적 휴전을 요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하마스 당국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정전과 철군 문제에 대한 합의와 관련해 점령이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그 부분에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족주의 극우세력을 기반으로 삼는 네타냐후 정권은 새 안보 질서를 구축한다며 종전 후에도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궁극적 전후 비전인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에 어긋난다.

네타냐후 정권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합의를 전제로 평화 공존을 추진하는 두 국가해법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주변국들은 애초 가자지구 병합을 갈망하던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현재 가자지구 재점령에 눈독을 들인다는 의심까지 쏟아낸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이달 20일까지 휴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에 전쟁 점령지인 시리아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하는 등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네타냐후 정권의 요구를 거의 모두 수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가자지구 전역에 보란 듯이 공세를 퍼부었다.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피란민촌, 남부 칸유니스의 경찰서, 북부 가자시티의 셰이크 라드완 주택가 등이 폭격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주말 사이에 가자지구 내 100여곳을 공격해 하마스 전투원 수십명을 살해하고 최근 로켓이 발사된 장소의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의료진은 주말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공습 때문에 숨진 팔레스타인인을 105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 중에 하마스 조직원과 민간인이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에 따른 민간인 사상에 우려를 제기했으나 공격 명분에 공감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민간인 보호를 위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공습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