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샤케스페아레? 셰익스피어!

연합뉴스 2025-01-06 07:00:14

바른 철자가 필요한 것은 외국어만이 아닙니다. 우리말도 같습니다. 자음, 모음을 맞추어 음절 단위로 글자를 잘 만들어야 합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입니다.

어려서 영어를 배울 때 대문호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철자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외웠습니다. 샤케스페아레! 평소 목청을 높이던 열정적인 선생님이었지만 이 '신묘한' 편법을 전수할 땐 유독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몇몇 우리 단어도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소 외워두면 좋은 이유입니다. '쳐부수다'일까요, '처부수다'일까요. [쳐부수다]가 맞습니다. 여기서 '쳐'는 '치어'가 줄어든 말입니다. '처'로 발음되지만 'ㅣ' 뒤에 '-어'가 와서 'ㅕ'로 줄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36항)에 따른 것이라고 사전은 설명합니다. 치어가 준 쳐가 쓰인 말로는 [쳐다보다]도 있습니다. '처다보다'가 아닙니다.

다양한 형태의 셰익스피어 작품 무대에 오른다

고전 희곡을 현대정치극·마당극 등으로 풀어내

일부 동사 앞에 붙어서 '마구', '많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는 [처]입니다. 처먹다, 처넣다, 처맞다… 그렇다면 '처부수다'도 가능한 조어 아닐까요? 부수는데 마구, 많이 부수는 거라면 '처부수다'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처부수다'도, '처쳐부수다'도 사전에는 없습니다.

[뒤처지다]와 [뒤쳐지다]는 구분해서 써야 할 말입니다.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들지 못하고 뒤로 처지거나 남게 되는 것을 표현할 땐 '뒤처지다'입니다.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지는 것은 '뒤쳐지다'로 씁니다. 화투짝이 뒤쳐지고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진다고 사전은 예로 듭니다. 성적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과는 다른 쓰임입니다.

[부딪치다]와 [부딪히다] 역시 잘 다뤄야 할 단어입니다. [부딪다]의 강조형이 '부딪치다'이고 피동형이 '부딪히다'이지만 뜻을 구별하여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어떤 경우든 '부딪치다'만 쓰면 틀리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부딪치다'는 '부딪히다'의 의미도 사실상 다 담아내는 낱말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오호! '샤케스페아레' 요령이 국어 암기법에도 있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허철구, 『국어에 답 있다』, 알투스, 2018 (서울도서관 전자도서관, 전자책)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