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준 독립성 침해할 수도"…신간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보름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글로벌 정치·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려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 앞서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재선에 관한 견해를 밝힌 신간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한스미디어)를 통해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변화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취임 후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에서 취약점을 드러낼 가능성을 우려했다.
2018년 4월∼2019년 9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트럼프 1기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한 존 볼턴은 트럼프가 동맹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동맹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나토 탈퇴는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을 믿지 못하게 할 것이며 중동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에 동석하기도 한 볼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가 국제 정세를 잘 모른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2018∼2019년 세 차례에 걸쳐 김정은과 회담했을 때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서 "독재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는 다루기 쉬운 상대"라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자칫 이들의 계략에 말려들면 한국이나 일본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정치 전문가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럼프의 재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모두 원하는 일이었으며 트럼프는 이들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겠지만 결국 농락당할 것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10년에 걸쳐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고문을 지낸 석학 자크 아탈리는 "트럼프 2.0의 시대에서 북한발 혹은 중국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하고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주요 국가는 대만에서 전쟁이 날 것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저서 '사피엔스'로 주목받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다시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했다. 이는 푸틴이 승리하는 종전을 의미하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세계의 군사비가 급증하고 전략적인 군사 동맹이 형성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라리 교수는 경고했다.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전문가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가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도 거래 우선주의를 고집했으며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도록 푸틴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가 달러 가치를 절하시키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독립성까지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센터 교수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중인 2019년 "연준은 금리를 제로 이하까지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그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수출 촉진을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크루그먼은 트럼프가 달러 강세를 싫어하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정책은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급등한 상품 가격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 역시 트럼프가 달러 가치 낮추기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직접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노 가즈모토 엮음. 이정미 옮김. 200쪽.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