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소방·경찰관 마음도 병든다…트라우마 호소

연합뉴스 2025-01-05 10:00:11

1만1천여명 재난 대응 투입…소방관 약 40명 심리 치료 의사 밝혀

전국서 소방대원 트라우마 치료비 등 모금 행렬도

참사 7일째, 오늘도 계속되는 현장 감식

(무안=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제주항공 참사 당일부터 사고 현장 등에 투입된 경찰·소방 공무원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이번 참사로 사고 수습 등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 공무원 중 약 40명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 치료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고 수습을 마무리하는 대로 고용노동부 작업 트라우마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 지원 나갔던 충청 지역 한 소방 공무원은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많은 시신을 봐왔고 많은 현장을 마주했지만, 이번 참사는 유독 더 잔상이 계속 남는 느낌"이라며 "괜히 우울한 감정이 들거나 사고 현장과 시신 잔상이 운전하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어 좀 놀랐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구급 상황에 대비해 교대로 무안공항에 상주하고 있는 119구급대원들도 트라우마에 취약하다.

전남소방본부 소속 한 구급대원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계속 보다 보니 공항에 계속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가족 위한 통합심리지원 버스 마련

현장 트라우마센터에 파견된 한 정신과 전문의는 "유족들 외에도 현장 사고 수습을 돕거나 유족들을 옆에서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상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족만큼이나 재난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위험한 수준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군·경찰·소방 등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 5명 중 1명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참사 현장에도 소방 공무원 2천800여명, 경찰 3천여명, 군부대 1천600여명, 공무원 2천200여명 등 전국에서 총 1만1천명이 넘는 재난 대응 인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소방청 등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재난 대응 근로자를 위한 상담 차량을 공항에 급파하기도 했다.

유가족 위한 통합심리지원 부스 설치

경찰청 한 관계자는 "이번 참사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화성 아리셀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들은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에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업무를 맡은 이들의 상담과 치료를 위한 정부 기관의 트라우마센터도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공항에 파견된 정신과 전문의는 "트라우마 대상자는 5차로 나뉘는데 2차 대상자인 유족과 더불어 이들을 구조하거나 옆에서 상황을 계속 지켜보는 재난 대응 업무 종사자들은 3차 대상자에 속하는 만큼 이들의 트라우마 관리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최근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트라우마 치료비 등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이 열리며 시민들의 모금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 캠페인에는 지난 3일 기준 1억5천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sw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