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980년대 중반 '전격 Z작전'으로 한국에 소개된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라는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전격 Z작전'은 전직 형사인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가 '슈퍼카'를 타고 범죄와 싸우는 액션 범죄물 드라마다.
이 '슈퍼카'가 흥미롭다. 슈퍼카의 이름은 '키트'(Kitt). 인공지능(AI)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스스로 기동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과 농담도 하는 등 사람처럼 대화한다.
마이클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자신의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와 같은 시계에 대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라고 하면 키트는 재빨리 그곳으로 간다.
마이클이 키트에 얘기하는 '키트 빨리 와'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무려 40년 전 드라마에 나왔던 키트. 당시에는 상상 속으로만 가능했던 AI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운전 보조 기능인 FSD(완전자율주행)의 '운전 실력'이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FSD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스스로 운전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가는 기능이다. 그동안 사고 우려로 불안감이 컸다. 실제 사고도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FSD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써본 이들의 평가다. 미국 테슬라 소유자들은 불안이 놀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에도 약 한 달간 차주들에게 FSD를 한 달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전에도 주행은 물론, 주차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속도를 시속 80㎞에 맞춰놓으면 앞차와 간격이 멀어도 설정한 속도대로만 주행했다.
그러나 이번에 업데이트된 FSD는 앞차와 간격이 멀어져 있으면 설정 속도의 일정 범위 내에서 스스로 속도를 높였다가 간격이 좁아지면 속도를 낮추기까지 한다.
한 테슬라 차주는 "이번에 업그레이든 FSD의 운전 실력이 정교해져서 놀랐다"며 "마치 사람이 운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버전에서는 스스로 시동을 걸고 차주가 있는 곳까지 가는 기능을 갖췄다. 차주가 앱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지정하면 주차돼 있던 테슬라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차주한테 오는 기능이다.
음성으로 하지 않았을 뿐 '전격 Z작전'의 마이클이 시계에 대고 '키트 빨리 와'라고 말하는 것과 흡사하다.
AI 기술이 가속화하면서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AI는 이미 나왔다. 이 AI를 테슬라 FSD에 접목하면 말하는 자율주행차 '키트'가 되는 셈이다.
이 AI를 FSD에 접목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구글의 웨이모도 완전자율주행 차량이다.
그러나 웨이모는 승객을 실어 나르는 로보택시라는 점에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FSD의 테슬라가 '키트'에 더 가깝다.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가 열린다.
올해 CES의 테마 중 하나는 모빌리티다. 모빌리티의 핵심은 안전과 편안함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이번 CES에서도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BMW는 2년 전 CES에서 키트를 닮은 콘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다.
무사고 운전 경력의 사람보다 더 운전을 잘하는 안전한 차량이라면 안전과 편안함을 주는 차량으로 더할 나위 없다.
실제 '키트' 같은 자동차가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테슬라를 보면서 40년 전 상상이 현실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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