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던 트럼프 '전화압박'에 親트럼프 하원의장 기사회생

연합뉴스 2025-01-05 05:00:17

공화당, 하원서 4석차 박빙우위…당내 일각 '존슨 불가론' 트럼프가 진화

트럼프의 대의회 영향력 확인됐지만 여야 박빙구도 따른 혼돈 계속될수도

미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된 마이크 존슨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트럼프 충성파'로 평가받는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119대 의회 개원일인 3일(현지시간) 의장으로 재선출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전화 지원사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5일 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전체 하원 435석(1석 공석) 가운데 과반보다 불과 1석 많은 219석을 보유하며 민주당(215석)에 4석 차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존슨 의장은 당내 이탈표가 2표만 나와도 의장으로 재선출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여 명의 당내 초강경파들이 존슨에 대한 지지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해왔기에 존슨의 의장 재선출 여부는 불투명했다.

진행자가 재석 의원 이름을 한명씩 부르면 호명된 의원이 지지하는 사람을 육성으로 밝히는 '호명 투표' 형식으로 진행된 표결에서 토마스 매시(켄터키), 랠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키스 셀프(텍사스) 등 공화당 의원 3명이 존슨을 지지하지 않음에 따라 존슨은 첫 투표에선 과반에 못 미치는 216표에 그쳤다.

그러나 막후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움직이고 있었다.

4일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셀프 의원과 노먼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소통했고, 두 의원은 '당선자 없음'으로 표결을 종결하는 선언이 이뤄지기 전에 자신의 표를 '존슨 지지'로 각각 바꿨다.

결국 존슨 의장은 정확히 과반인 218표를 확보하며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됐다.

당시 골프를 치고 있던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노먼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일을 더 오래 끌지 말자"며 존슨 지지를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노먼 의원과의 통화에서 "나는 골프를 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뒤 난데없이 "그런데 당신, 니키 헤일리를 찍었지"라고 말했다고 노먼 의원은 소개했다.

작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먼이 트럼프 당선인의 경쟁자였던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지지했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은근한 압박'을 가한 모양새였다.

그러자 노먼 의원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한 뒤 "우리는 지금 당신과 함께하고 있으며, 마이크 존슨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9월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골프장에서 골프치는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은 하원 내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존슨 의장의 재선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며 존슨 의장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애초 존슨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는 입장을 밝혀온 공화당 내 초강경파 의원들은 존슨 지지로 돌아선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에 대한 우리의 견고한 지지 때문이자, (6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적시에 인증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119대 의회 하원의장 선출 과정은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대의회 막후 영향력을 보여준 일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야 의석수 차이가 4석에 불과한 하원의 난맥상이 직전 118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함께 낳았다.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에 소속된 공화당 하원의원 10여명 가운데 불과 2명만 존슨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어도 '과반'이 깨지는 상황에서 존슨 의장이 초강경파들에게 계속 휘둘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식을 거쳐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공화당은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른바 '통합 정부'(unified government)를 꾸리게 된다.

다만 하원에서 공화당이 가진 219석 대 215석(민주당)의 박빙 우위는 공화당 내 소수 의원의 '이견'이 법안 처리 등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들고 있다.

존슨 의장에 대한 지지를 한때 유보했던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들은 정부지출 삭감 추진을 약속할 것을 존슨 의장에게 요구하는 등 자신들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총 100석인 상원의 경우 공화당 52석, 민주당 47석(민주당과 표결에서 뜻을 같이하는 무소속 2명 포함)으로 119대 회기를 시작했으며, 웨스트버지니아주 주지사로 재임 중인 짐 저스티스 상원의원 당선인(공화)이 오는 13일 주지사직을 마치고 의회에 입성하면 공화당의 의석수는 53석으로 늘어난다.

미 연방의회 의사당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