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후보자 정책토론회…'반이기흥' 공방 예상 깨고 '밋밋'

연합뉴스 2025-01-05 00:00:31

'야권 단일화' 추진했던 강신욱-유승민 후보간 신경전 벌이기도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정책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기 위한 첫 후보자 정책 토론회가 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총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 강태선 서울시체육회 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 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이상 기호순) 등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자 6명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체육 정책에 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회는 사회자의 공통 질문, 개별 질문, 정책 검증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체육 대통령'을 뽑는 이번 토론회는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 후보와 나머지 5명의 후보가 이른바 '반(反)이기흥' 공동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정작 이기흥 후보에 대한 집중 공세는 없었다.

강태선 후보와 이기흥 후보

김용주 후보는 가장 먼저 이기흥 후보에게 "공정성과 신뢰성을 말씀하셨는데, 지난 8년 동안 체육계가 겪은 난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냐"고 물었다.

이에 이기흥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 들며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의혹이다. 경찰과 검찰 조사를 다 받았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반박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이기흥 후보의 '사법 리스크' 대신 체육 정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강태선 후보는 "과거 공약으로 스포츠토토에서 3천4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기흥 후보는 "2016년 회장 취임 당시 2천억원이던 예산을 지금 5천억원대로 늘렸다"고 맞섰다.

유승민 후보가 "체육 예산이 늘어도 현장 지도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기흥 후보는 "문제는 정부 간섭이다. 제재 때문에 할 수 있는 사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많은 발전을 이뤘고, 기반을 착실히 다졌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후보에게 질문하는 강신욱 후보

오히려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강신욱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강신욱 후보는 이기흥 후보에 대한 정책 검증 질문 순서에서는 "질문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유승민 후보에게는 "탁구협회장 시절 후원금을 페이백했다는 의혹과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선수를 바꿨다는 의혹이 SNS에 떠돈다"고 질문했다.

유승민 후보는 이에 "강신욱 후보께서 저에게 질까 봐 두려운 듯하다. 근거 없는 네거티브에 충분히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1분 안에 설명하기는 어렵다. 준비된 자료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강신욱 후보는 "해명할 기회를 드린 건데, 네거티브로 받아들이니 유감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체육계의 최대 화두인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해 각 후보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오주영 후보와 김용주 후보

이기흥 후보는 체육 구성원 교육을 통해 사고 변화를 꾀하겠다고 했고, 김용주 후보는 대한체육회 내규 점검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체육계 현장의 불공정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강태선 후보는 스포츠 조직 운영에 전문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오주영 후보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권한 구조 개혁과 외부 추천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고, 강신욱 후보는 지역 신문고 설치와 체육인 공제회를 통한 복지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지난달 올해 정년(70세)에 도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가운데 임기 연장자 명단에서 제외된 이기흥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IOC 배지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10일로 예정된 2차 토론회는 후보 6명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되고, 회장 선거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대의원 2천244명의 투표로 치러진다.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