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준비돼있다"…'복귀 임박' 트럼프에 대화 신호

연합뉴스 2025-01-04 16:00:13

외무장관, 13일 영·프·독 회담 앞두고 연일 유화 분위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보름여 앞두고 이란이 서방과 핵협상에 관한 대화에 나설 뜻을 피력했다.

최근 이란이 핵 시설 확충에 나서고, 미국 내에서는 이를 겨냥한 공습이 거론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국 CCTV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새로운 협정을 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즉시 핵 프로그램에 관한 건설적인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락치 장관은 자신이 언급한 협상이 "협정 타결을 목표로 하는 협상"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오는 13일 제네바에서 예정된 이란과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의 회담을 열흘 앞두고 나온 것이다.

아락치 장관은 지난 1일에도 이란 준관영 타스님 통신을 통해 "공정하고 명예로운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제재 해제의) 반대급부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을 확신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이란과 이들 3개국은 지난해 11월 말에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차관급 회담을 열었으나 구체적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이란 측이 대화 성과를 공개하지 못한 채 후속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 특별한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오히려 이를 전후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도는 높아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11월 21일 결의안을 통해 이란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사찰 협조를 촉구했고, 이란은 이에 반발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쓰이는 원심분리기 6천여 대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통보했다.

서방에서는 이란의 핵물질 농축 가속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제재 복원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이란 핵 시설에 대해 '예방적 공습'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란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경우 핵 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이란은 2015년 서방과 타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국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자국의 핵 계획을 제한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제재가 해제됐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이탈하면서 이란은 이에 맞서 핵 계획을 재가동했다.

이란은 2019년부터 핵합의에서 약속한 수준(3.67%)을 넘겨 농축우라늄 농도를 높여왔고 최근에는 '준무기급'인 60%까지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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