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최후항전지 다 타버리나"…조마조마했던 20분

연합뉴스 2025-01-04 13:00:12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3층 화재…천장 단열재 녹아내리고 그을려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서 화재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5·18 정신이 깃든 곳인데 불타 없어지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휴일인 4일 오전 8시 45분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에서 시뻘건 화염이 활활 솟아올랐다.

검은 연기가 공사장 위 하늘을 전부 뒤덮었고 평화롭게 휴일 아침을 보내던 시민들은 어디에서 불이 나는지조차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소방차가 줄줄이 현장에 도착해 20여분 만에 불길을 잡으면서 연기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장 내 경찰국 3층에서 시작된 불은 모든 천장을 삽시간에 태웠다.

불이 번지기 쉬운 천장 단열재였던 탓에 70여m에 달하는 3층의 모든 천장이 불에 탔고, 녹아내린 단열재는 공사 자재 사이사이로 바닥 곳곳에 널려있었다.

천장 파이프와 일부 목자재 등이 까맣게 그을리긴 했으나 건물 기둥이나 철근 구조물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불에 탄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본관 복원 공사 현장

불이 빨리 잡혀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전지이자 최근 한강 작가 작품 배경으로 주목받는 상징적 공간인 옛 전남도청이 모두 탈뻔했던 아슬아슬한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인명 피해는 물론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가 그대로 담긴 공간이 불에 타 사라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5·18민주광장을 지나던 정남규(51) 씨는 "잠깐 봤는데 공사장에서 나는 연기가 심상치 않아서 가던 길을 멈추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불은 금방 꺼졌는데 아무래도 중요한 역사적 공간이다 보니 다 타버린 건 아닐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300여만원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합동 감식을 통해 자세한 화재 경위와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계엄군과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로, 광주시민의 요구에 따라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문체부는 당초 2022년 복원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예산 증액으로 이뤄진 타당성 재조사, 전남경찰국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월 철거 논란 등으로 우여곡절 끝에 착공했으며 올해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