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속 격화하는 찬반 집회…과격 유튜버 '충돌 불씨' 우려

연합뉴스 2025-01-04 12:00:11

전문가들 "갈등의 폭력화 위험 수준…극단 언행 유튜버도 문제"

관저 앞 두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내란 혐의 수사를 놓고 찬반 집회가 계속되면서 물리적 충돌 우려도 제기된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곳곳에선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격한 말이 오갔다.

탄핵 반대 집회에선 "밟자", "죽이자" 등의 자극적인 구호가 등장했다.

양쪽 집회에선 "빨갱이는 북한으로 가라", "미국 수도는 알고 성조기를 흔드느냐" 등 상대방을 향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거침없는 욕설도 내뱉었다. 침착한 대화는 불가능해 보였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은 금방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들 듯 실랑이를 벌이는 이들을 제지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에도 이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와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 사이에 시비가 붙거나 몸싸움이 발생했다.

아직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지만, 수사기관의 칼끝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하면서 일부 참가자들은 점점 격앙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조회수를 높이려고 자극적인 언사를 일삼는 유튜버들이 가세하면서 충돌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유튜버는 과격한 행동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자극적인 발언이나 상대를 도발·조롱하는 표현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집회에서는 '폭파', '살해'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지지자들이 아직 폭력화되지는 않았다고 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공공연하게 폭력을 선동하거나 증오를 표현하기도 한다"며 "갈등의 폭력화는 위험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했을 때 세를 나란히 하는 정치적 갈등이 격렬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부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는 유튜버들 때문에 갈등이 더 심각하게 보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분열과 갈등은 장기간에 걸친 시스템 전체의 문제인 만큼 해결에도 장기간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 독식 정치 등의 정치 제도 개혁과 사실상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는 SNS 규제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장기적이지만 시민들의 미디어 독해력을 키우는 교육, 시민사회 민주주의 교육을 위한 공론장 등도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o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