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항암치료 교수 절반 이상 이탈…환자 돌려보내기도

연합뉴스 2025-01-04 10:00:13

전공의 집단 이탈 뒤 운영되던 통합 당직도 호출제로 변경

의정갈등 계속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울산·경남지역 최대 거점 병원인 부산대병원에 혈액종양내과 의료진이 2명밖에 남지 않으면서 진료 차질이 현실화했다.

4일 부산대병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는 2명뿐이다.

당초 교수 5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2명이 지난 1일 자로 퇴사했고, 1명은 병가 휴직으로 병원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혈액종양내과는 각종 암종을 진단하고 항암제를 이용해 치료·관리하는 분야로, 대부분 위중한 환자가 이곳에서 치료받는다.

현재 남은 교수 2명은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에 대해서만 진료하고 있다.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은 진료하지 않아 인근 병원에 치료받도록 안내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본원

병원을 떠난 의료진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력이 부족해지자, 그동안 당직 등 업무가 몰려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신규 환자를 한동안 받지 않다가 최근 다시 받고 있는데, 소수 교수가 모든 업무를 책임져야 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많은 환자를 돌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뒤 내과 소속 교수들이 통합해 당직을 서던 시스템도 현재는 가동하지 않고 있다.

혈액종양내과의 경우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교수에게 연락하는 호출제를 실시하는 한편, 예의 주시해야 하는 환자가 있으면 의료진이 상주 당직을 서는 체계다.

부산대병원이 그동안 의료진을 충원하기 위해 계약직 교수에 대한 채용 공고를 계속 냈지만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최근에는 임상교수를 채용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낸 상태다.

텅빈 병원

거점대학병원인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소속 의료진이 급격히 줄어들자 환자는 물론 의료계도 크게 우려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못해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환자가 10∼20% 늘었다고 하는데, 일부 병원들 역시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다른 지역은 의료진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할 텐데 정국이 혼란스러워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의료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하루빨리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psj1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