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법원, '해저케이블 훼손' 유조선 석방신청 기각

연합뉴스 2025-01-04 02:00:11

당국, '러 그림자 함대' 소속 선박 의심·고의성 여부 조사

핀란드 발트해 해역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핀란드 헬싱키 지방법원이 3일(현지시간) 해저 전력·통신 케이블을 잇달아 훼손한 혐의로 억류된 유조선 이글S호 측의 석방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박 나포 조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현지 일간 헬싱인 사노마트 등이 보도했다.

이글S호 선주인 아랍에미리트(UAE) 해운사 카라벨라 LLC FZ의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 석방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해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상적 해상 사고'라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뉴질랜드 쿡 제도 선적 이글S호는 지난달 25일 발트해 핀란드 영해에 있는 해저 전력 케이블과 4개의 통신 케이블 손상에 연루된 혐의로 억류됐다.

핀란드 당국은 이글S호가 해저에 닻을 내려 끄는 바람에 케이블이 손상된 것으로 보고 고의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유조선에 탑승한 인도와 조지아 국적의 선원 8명도 조사를 받고 있다.

손상 지점에서 수십㎞ 떨어진 바다 바닥에서는 이글S호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닻의 흔적이 발견됐다.

또 핀란드와 유럽연합(EU)은 이글S호가 서방 제재를 우회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출하는 일명 '그림자 함대' 소속으로 보고 추가 제재 등을 예고했다.

핀란드 당국은 수사와 병행해 이글S호에 대한 항만국통제(PSC) 점검도 할 계획이다. PSC 점검은 항만당국이 입항한 선박의 국제협약에서 요구하는 사항의 이행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발트해에서 해저 케이블, 가스관 등 인프라가 훼손되거나 가동 중단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해 사보타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발생해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이번 해저케이블 훼손 직후 "모든 사건이 우연이거나 단순 사고일 순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핀란드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발트해에서 군대 주둔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