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파묻힌 사고기 엔진 인양…참사 원인 풀 실마리 될까

연합뉴스 2025-01-04 00:00:28

조류 충돌 우측 날개 엔진 추정

기체 꼬리 부분 위치 변경, 시신·유류품 수색 예정

(무안=연합뉴스) 권준우 황수빈 기자 = 제주항공 참사 6일째인 3일 사고 원인에 대한 실마리가 담겨 있을 사고기 엔진 인양 작업이 진행됐다.

버드스트라이크 규명할 엔진 인양

이날 오후 1시께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조사 관계자들이 대형 크레인에 연결된 와이어를 기체 엔진에 연결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했다.

엔진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당시 사고기가 로컬라이저(항행계기시설)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흙더미 속에 파묻혔다.

전날부터 굴착기 등을 이용해 발굴을 시작해 이날 오전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후 2시께 활주로 위로 인양된 엔진을 실을 대형 트레일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이어 크레인에 걸린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졌고, '기긱' 소리와 함께 엔진이 서서히 공중으로 끌어올려졌다.

모습을 드러낸 엔진은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둔덕과 직접 충돌한 프로펠러 부분뿐만 아니라 엔진 중간 부분까지 흙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원형이어야 할 동체가 타원형으로 찌그러진 채 튀어나온 철골들로 덮여 있었다.

작업자들은 추락 등 돌발상황에 대비해 15분여에 걸쳐 느린 속도로 엔진을 트레일러에 실었다.

인양된 엔진은 발굴된 위치를 고려했을 때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기체 우측 날개 엔진으로 추정된다.

참사의 1차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이 지목되는 만큼 인양된 엔진이 의혹 해소의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은 훼손된 시신과 유류품을 추가 수색하기 위해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기체 꼬리 부분을 들어 옮기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오후 3시께부터 시작된 작업은 엔진 인양에 사용됐던 대형 크레인이 2대 투입돼 꼬리 양 끝단을 동시에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비교적 온전하다지만 곳곳이 찌그러지고 구멍이 뚫리는 등 기체가 크게 훼손된 데다, 아래쪽에 훼손 시신과 유류품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작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기체에서 확인되지 않은 혈흔이 추가 발견돼 이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인양 작업은 오후 4시 45분께야 시작됐다.

제주항공 여객기 꼬리, 인양

'투두둑' 굉음과 함께 기체 꼬리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 올랐고, 곧이어 꼬리 끝을 위로 한 채 완전히 세워졌다.

꼬리 날개 한쪽에는 공중에서 기체 꼬리가 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와이어도 설치됐다.

이어 본래 위치에서 10여m 떨어진 공터 쪽으로 서서히 옮겨진 기체 꼬리는 절단된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지면으로 내려졌다.

기체 꼬리를 바닥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내부 집기류 일부가 쏟아지거나, 동체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기도 했으나 겉으로 보이는 큰 파손은 생기지 않았다.

기체 꼬리가 있던 위치에는 향후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와 유류품을 찾기 위한 집중 수색이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이진철 국토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유가족 대상 브리핑에서 "기체를 인양해 수색하면 사고 현장에 대한 수습은 99% 완료된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교적 훼손이 덜한 기체 꼬리 부분 아래에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가 상당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며 "발견하는 대로 DNA 검사를 거쳐 수습 후 유가족들에게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st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