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측 "빨리 사태 종식해야" vs 尹측 "졸속 재판은 안 돼"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황윤기 이도흔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을 2회 만에 마무리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헌재는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변론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후 5회 변론기일까지 미리 지정하는 등 심리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3일 진행한 두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날로 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기일은 본 재판에 해당하는 변론기일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변론준비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날 기일을 진행한 정형식·이미선 수명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이 추가 변론준비기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다 하기도 전에 다음 재판을 변론기일로 진행할 것을 분명히 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애초에 준비기일 없이 바로 변론기일을 진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준비기일을 3회 진행한 뒤 변론기일로 넘어갔다.
이날 재판에서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며 신속한 심리를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졸속 재판이 돼선 안 된다고 맞섰다.
국회 측 대리인은 "피청구인 측은 현재까지 (탄핵소추) 의결서에 제대로 된 답변도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며 "지연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판 절차가 끊임없이 계속돼 국민이 불안해하는 사태를 빨리 종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 측이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보인다면 변론 절차를 바로 시작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데 얼마나 지연시킨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법의 범위 내에서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됐고, 아직 3주가 안 됐다"며 "(준비하는데) 밤을 이틀 샜다. 왜 자꾸 소송을 지연시킨다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판의 속도보다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는 결전의 장인데 신속을 앞세워 졸속 결론을 내선 안 된다"며 "신중하고 공정하게 심판을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수명재판관이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의 재판 대응을 지적했다.
정 재판관은 "계엄 선포 한 달이 지났는데 왜 (계엄을) 선포했고, 군경을 투입한 이유가 뭔지 답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며 "'추후에 내겠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제출해야 심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방대하고 입증할 것도 많다"며 "(재판을) 지연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재판 중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중복되는 언급을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충분히 의견을 말할 기회는 드렸다"며 "정식 변론에 들어가면 상의를 해서 중첩되는 발언을 해선 안될 것이라고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또 "재판장이 허가하기 전에 일어나 불쑥불쑥 말씀하지 마시라"며 "재판 진행이 너무 산만하게 된다"고 진행에 따라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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