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매체들마다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됐다"며 1월 1일 새벽 태어난 아이를 '뱀띠 1호'라고 소개했다. 해마다 양력 1월에 태어난 아기의 띠를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사주명리학자들은 띠가 바뀌는 시점을 24절기 중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으로 잡는다. 유림(儒林)에서는 대체로 음력설을 기준으로 한다. 일부 무속인은 동지(冬至)를 띠가 바뀌는 시점으로 잡기도 한다. 이 중 입춘설(說)이 득세하는 형국이다.
양력은 2023년, 2024년, 2025년 등 숫자로 이어지며, 음력은 천간(天干) 10개와 지지(地支) 12개의 조합인 60간지로 표기된다. 10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12지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다. 동물을 상징하는 12지는 순서대로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등이다. 각각의 해는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등의 이름을 가지며 60간지의 마지막인 계해년에 이어 갑자년이 된다. 이렇게 60간지는 무한 루프를 이룬다.
2025년은 '푸른 뱀(靑蛇)의 해'로 불린다. 을사는 60간지의 42번째로, 천간인 '을'은 푸른색을 나타내며, 지지인 '사'는 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천간 10개 중 갑·을은 푸른색을, 병·정은 붉은색을, 무·기는 노란색을, 경·신은 하얀색을, 임·계는 검은색을 각각 상징한다. 갑진년(甲辰年)인 2024년을 '청룡의 해'로 지칭한 것도 여기에서 연유된 것이다. 10간과 12지를 각각 연(年)·월(月)·일(日)·시(時)로 배열해 사주(四柱·4개의 기둥)를 세우고, 기둥별로 천간과 지지 한 글자씩 들어가면 모두 팔자(八字)가 된다. 이를 '사주팔자'라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을사년은 정치·외교적으로 격랑의 연속이었다. 조선시대인 1545년 윤원형의 국정농단으로 '을사사화'가 발생해 수많은 선비가 죽음을 맞이했고, 1665년에는 임진왜란으로 전 국토가 유린당한 가운데 정치권은 '예송논쟁'에 빠져 민생은 파탄을 면치 못했다. 근현대사에서도 을사년의 혼란은 반복됐다. 1905년에는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제국이 '을사늑약'을 체결하면서 대한제국은 주권을 상실했다. 1965년에는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엄 속에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이 체결됐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순탄치 못했다.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이 살얼음이다. 대내적으로 불법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항공기 참사 등이 이어지면서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경제는 신인도 하락에 환율은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시는 폭락하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트럼프의 '귀환'을 앞두고 국제정세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는 푸른 뱀의 냉철함과 지혜로움을 바탕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역사 속 을사년은 혼란스러웠지만, 우리 선조들은 결국 이를 극복해냈다. 우리는 국난극복의 DNA(유전자)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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