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모두 행복하자"…을사년 밝힌 일출, 전국 차분한 해맞이

연합뉴스 2025-01-02 00:00:55

애도 분위기로 행사 취소됐지만 명소마다 시민 모여 소망 기원해

간절곶 3만명, 백록담 1천명 운집…"올해는 좋은일 많을 것 같아"

울산 간절곶 찾은 해맞이객들

(전국종합=연합뉴스) "맑고 고운 해야, 아무 근심도, 걱정도 없는 한 해를 부탁해."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어느 때보다 우울한 세밑을 보낸 시민들은, 그럼에도 힘차게 떠오른 새해를 맞으며 다시 한번 희망을 품었다.

국가적 애도 분위기로 예년의 떠들썩한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지만, 1일 전국 해맞이 명소에는 차분하게 새해 첫 일출의 감동을 느끼려는 해맞이객들이 모였다.

울산 간절곶 일출

1월 1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는 을사년(乙巳年) 처음 떠오르는 해를 구경하려는 인파가 운집했다.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진 데다 살을 에는 바닷바람까지 기승을 부렸지만, 해맞이객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장갑, 모자 등으로 채비를 단단히 한 채 해안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애초 간절곶에서는 해맞이를 기념한 송년 콘서트 등 공연과 불꽃쇼 등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여객기 참사 희생자 애도를 위해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

오전 6시 30분께부터 하늘이 붉게 물들고 주변이 밝아지자, 해맞이객들은 일찌감치 수평선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오전 7시 29분께 수평선에서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올라온다"는 외침과 탄성이 나왔다.

일출이 예고된 오전 7시 31분 해는 수평선에서 노랗고 붉은빛을 띤 머리를 드러냈고, 약 3분 만에 강렬하게 동그란 형태의 자태를 완전히 드러냈다.

해가 수평선과 맞닿았을 때는 완벽한 일출 광경으로 꼽히는 '오메가(Ω)' 형상이 그려지기도 했다.

해맞이객들은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스마트폰 사진이나 영상으로 경건한 순간을 담는 등 저마다 방법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매년 간절곶 해맞이 행사를 주최하던 울주군이 올해는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하면서, 이날 간절곶에 몰린 인파 규모는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안전을 위해 상황을 관리한 경찰은 간절곶에 약 3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한라산 새해 첫 일출

제주 한라산 정상 백록담도 해돋이를 보러온 도민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날 오전 1시부터 사전 신청자만 새해맞이 야간산행을 특별 허용해 백록담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자 백록담을 가득 메운 1천명 넘는 해맞이객들은 저마다 소원을 빌거나 기념 촬영을 했다.

다만 여객기 참사 여파로 예년과 달리 분위기는 차분했다. 해맞이객들은 환호성 대신 박수로 을사년 첫해를 맞이했다.

도민 강경숙(45)씨는 "2024년 굉장히 아프고 어려운 일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이웃공동체가 되살아나고 평화가 다시 찾아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0대 김모씨는 "구름이 많아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 여느 때보다도 밝은 해를 볼 수 있었다"며 "왠지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조대 정자에 모여든 해맞이객들

해맞이 행사가 전면 취소된 강원도 경포해수욕장과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도 시끌벅적한 축제를 뒤로 하고 조용하게 새해 소원을 빌며 새해를 맞는 모습이었다.

전날 부천에서 가족과 함께 양양 하조대를 찾은 최현숙(57)씨는 "해를 보며 가족들의 건강, 특히 편찮으신 어머니의 건강을 빌었다"며 "강원도라고 해서 잔뜩 껴입고 왔는데 날씨까지 따뜻해 더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동해 중부선인 삼척∼포항 구간이 개통되면서 강릉에서 부산까지 환승 없이 열차로 달릴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차에서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한 해맞이객들은 이색 경험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맞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이날 오전 5시 28분께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첫차에 오른 이인서(25)씨는 "동해선 개통으로 난생 첫 부산 여행을 가는 길"이라며 "해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기차를 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제일 높은 해발 1천915m 지리산 천왕봉에서는 수백명이 새해 첫 일출을 지켜봤고, 선상 해맞이로 유명한 경남 남해안에서는 3천300여명이 유람선 26척에 나눠 타고 통영시 비진도·장사도 앞바다, 거제시 외도·해금강·거가대교 앞바다 등에서 첫해를 봤다.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이기대, 용궁사 등 부산지역 해맞이 명소에는 10만5천50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힘차게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했다.

추모 분위기로 해맞이 인파가 예년보다 훨씬 줄었으나,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듯했다.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서해안 일대 해넘이·해맞이 명소인 충남 당진시 석문면 왜목마을에는 전날부터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지는 해를 보낸 데 이어 떠오르는 해를 감상하며 한해의 안녕을 기원했다.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변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새해 새 출발을 다짐했다.

동해 일출 명소인 경북 영덕군 삼사해상공원과 포항 호미곶 등에는 해가 뜨기 1시간여 전부터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 첫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또 대구 달서구 와룡산 헬기장과 북구 함지산, 수성구 인터불고 호텔 로비 등 대구 시내 주요 해돋이 명소에서도 많은 사람이 2025년 첫 일출을 감상했다.

(민영규 유의주 백나용 이강일 박영서 이정훈 허광무 기자)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