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권역외상센터 의사의 분투기…'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연합뉴스 2025-01-02 00:00:28

나치를 피해 이주한 소년들…'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설명할 땐 이렇게…'K를 팝니다'

책 표지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 허윤정 지음.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조교수인 저자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사로서 분투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선박사고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장기 손상, 과다출혈 등을 겪는 중증외상환자에 24시간 365일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의료 인력과 장비를 갖춘 치료 시설이며 전국에 17개가 설치돼 있다.

저자는 부러지고, 찢기고, 구멍 난 상태로 실려 온 환자의 목숨을 붙잡기 위해 일분일초를 다투며 긴박하게 움직인다. 모든 노력을 다해도 살리지 못하고 환자를 떠나보낼 때는 고인의 감긴 눈에 손을 올리고 짧은 기도를 올릴 뿐이다.

경운기가 전복돼 척추와 골반이 골절되고 급성 출혈 증상을 보이며 실려 온 80대 환자는 의식을 되찾은 뒤 집에 보내달라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고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육두문자를 날린다.

저자는 환자의 이런 반응을 그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신호라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축대 붕괴 현장에서 토사에 파묻혔다가 실려 온 환자에게 30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지만 끝내 살리지 못한 저자는 찢긴 고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삶은 계란 하나를 발견하고 그의 고단했던 일생을 짐작해보기도 한다.

독자의 안녕을 기원하며 건네는 한마디에 저자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당신과 내가 외상센터에서 만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혹여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난 당신을 꼭 살려 낼 테니까."

시공사. 220쪽.

책 표지 이미지

▲ 친절한 분을 찾습니다 = 줄리안 보저 지음. 김재성 옮김.

1938년 나치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하며 생존이 위태로워진 유대인 부모가 자식을 살리려는 궁여지책으로 영국 맨체스터로 홀로 떠나보낸 소년들의 일대기를 추적한 책이다.

당시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살던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를 탈출시키기 위해 영국 일간지 '맨체스터 가디언'에 자식을 교육해줄 친절한 분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고 이를 매개로 아이를 먼 타국으로 보낸다.

책은 저널리스트로서 분쟁 지역을 취재하고 가디언 세계문제 편집자로 일하는 저자가 1938년 8월 3일 자 맨체스터 가디언에서 "훌륭한 빈 가문 출신의 총명한 11세 남자아이"를 소개하는 광고를 발견한 것을 단서로 집필됐다.

광고에 실린 소년은 바로 저자의 부친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이에 관해 저자에게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저자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떠난 아버지와 또래 아이들 7명의 행적을 통해 전쟁이 남긴 비극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조명한다.

뮤진트리. 420쪽.

책 표지 이미지

▲ K를 팝니다 = 박재영 지음.

의사 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외국인을 위해 한국을 소개한다. '론리 플래닛'과 같은 여행 가이드북에는 정보는 많지만, 이야기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외국인이 흥미롭게 여길만한 한국 문화를 콕콕 집어내 설명한다.

지방이 많아 느끼한 삼겹살이 한국인의 국민 외식 메뉴가 될 수 있는 비결이나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 제조법부터 결혼식 손님 역할을 대신하는 이른바 '하객 알바'나 전세와 같은 독특한 부동산 임대차 계약까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거래와 관습에 관해 알려준다.

외국인 독자를 겨냥해 쓴 책이지만 한국인이 읽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부분을 신기하게 여기는지 깨달을 수 있다. 한국어판 외에 챗GPT를 이용해 초벌 번역을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손질한 영문판('Presenting K!')도 함께 출간했다.

난다. 320쪽.

책 표지 이미지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