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 '제각각'…"규정에 맞는지 점검해야"

연합뉴스 2025-01-02 00:00:24

여수·광주공항, 콘크리트 구조물에 로컬라이저 설치

전문가 "강화된 규정에 따라 시설물 설치해야"

라인 설치된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전국종합=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논란이 연일 이어지며 제각기 다른 형태로 설치된 국내 각 공항의 착륙유도장치(로컬라이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항공기의 착륙을 도와주는 시설인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설치된 곳은 무안공항 외에 여수공항과 광주공항, 포항경주공항 등이 있다.

사고기가 착륙한 무안공항의 활주로 종단에는 2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흙더미가 덮여있는 방식의 둔덕에 로컬라이즈가 설치돼 있는데, 사고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충격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추정이 나온다.

여수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4m 높이 둔덕 위에 설치됐다. 로컬라이저 높이까지 더하면 6m에 이른다.

광주공항도 마찬가지로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1.5m 높이의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세워졌다.

포항경주공항 역시 콘크리트와 성토 등으로 2m 높이의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세워져 있다.

이 공항에서는 지난 1999년 3월 항공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 구조물과 충돌한 뒤 공항 외곽 언덕에 정지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항공기가 활주로 끝에서 150m 떨어진 곳의 방위각지시기가 있는 언덕을 지나면서 바퀴가 빠졌다. 동체가 파손지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내외 항공 전문가 등은 이번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이러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목하며 비상 상황 시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 공항 중에는 안전을 고려해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로컬라이저를 설치한 곳도 있었다.

김해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높이 2m의 금속 재질로 구성된 구조물에 설치됐다. 비상 상황 시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 부러지기 쉽게 설계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국제공항도 로컬라이저를 철제구조물(H빔) 위에 설치해 불시착한 비행기가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 인천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등 대부분 공항은 지면 위로 노출된 별도의 구조물 없이 평탄면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

한 지역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중앙선이랑 수직이 돼야 한다"며 "공항 지형 특성에 맞춰서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둔덕과 함께 로컬라이저와 활주로 맨 끝과의 거리가 짧아 항공기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따라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종단안전구역이란 비행기가 활주로 앞쪽에 착륙하거나 종단을 지나쳐 버리는 경우 손상을 막기 위해 착륙대 종단 이후에 설정한 구역이다.

국내 공항의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포항경주공항 92m, 사천공항 122m, 울산공항 200m 등이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인 199m 밖에 설치됐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무안공항이 건설 당시에는 규정에 맞게 지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규정(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이 강화돼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안공항의 경우 둔덕을 치지 않았어도 담벼락이 있어 충돌 후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무안공항과 같은 지형을 가진 곳은 속도를 제어하는 설비 장치 등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영서 백나용 장덕종 민영규 이강일 김형우 허광무 신민재 유의주 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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