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신년사 배경에 국기·만리장성만…"외풍 극복 의지 강조"

연합뉴스 2025-01-01 15:00:12

신년사 때마다 등장하던 책장과 사진들 사라져

신년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예년과 달리 중국 국기와 만리장성 그림만 배경으로 놓아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 생중계로 방송된 2025년 신년사에서 만리장성 그림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앞에 앉았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이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오성홍기·만리장성 그림과 함께 책장을 배경으로 짙은 색 나무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해왔는데 올해 신년사 배경은 달랐다.

뒤에 걸린 오성홍기는 그대로였지만 만리장성 그림 양옆에 있던 책장은 보이지 않았고, 이전보다 더 큰 만리장성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특히 최근 수년간 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마다 관심을 모았던 '신년사 책장 사진'이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시 주석은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며 책장에 놓인 사진에 변화를 주며 그해 역점 과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해왔다. 이 때문에 신년사 책장 사진은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 '창구'로 여겨져왔다.

올해 변화를 두고 중국 관영 언론은 애국심과 민족정신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금수강산 장성만리'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올해 시 주석 신년사 배경의 만리장성 그림이 "인민대회당 접대청(리셉션홀)에 걸린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만리장성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는 노래 제목과 '만리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시 구절 등을 소개했다.

통신은 이어 시 주석이 이전에 "만리장성은 중화민족과 중화문명의 상징으로, 중화민족의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쉼 없이 노력함)하는 분투정신을 이루는 강인하고 굴하지 않는 애국정신이 응집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3년 신년사 모습

또 2024년이 덩샤오핑과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등 지도자들이 만리장성 수리 기금 모금 운동인 '나의 중국을 사랑하고 나의 만리장성을 고치자'(愛我中華,修我長城)를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였다는 점도 짚었다.

서방 언론은 시 주석의 이번 신년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외부의 불확실성' 앞에서 자신감을 강조하려 했으며, 배경의 변화도 그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도전과 신구(新舊) 동력 전환 압박 등 몇 가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비바람 속에 성장했고 시련을 거치며 장대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시 주석이 "미국 주도의 기술 공급망 차단 노력과 중국이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더는 막대한 투자에 의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모두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몇주 전에 중국이 경제적 전환을 이루고 외압에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중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으며, 도전과제를 상쇄하고자 정부가 광범위한 국제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의 회의론과는 대조적인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언론의 관심은 시 주석 뒤의 책과 사진, 전화기 등 책상 위의 물건에 집중됐지만, 올해 연설에서는 목적의 심각성을 보여주려는 듯 만리장성 그림과 중국 국기 외에 개인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5년 신년사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