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장례식장 지킨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종합)

연합뉴스 2025-01-01 11:00:10

대학 입학 기념 여행 삼부자·정년퇴직 해양경찰관 장례

무안공항 분향소 찾은 유가족들

(화순·여수=연합뉴스) 나보배 장지현 기자 =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며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야 할 새해 첫날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고인을 그리워하며 비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일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인 A씨가 안치된 전남 화순의 한 장례식장에는 반나절이 지나도록 빈소가 차려지지 못했다.

함께 사고를 당한 두 아들의 시신이 운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아들의 대학 입학을 기념하기 위해 두 아들과 함께 방콕 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른 아침 넓은 장례식장에는 친척들 십여명만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친척들은 새해 장례식장에 모여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대체 무슨 이런 일이…'를 조용히 되뇌기도 했다.

그 앞 추모객을 안내하기 위해 설치된 모니터에는 세 부자의 이름이 국화꽃 한 송이와 함께 나란히 올라 있었다.

발인 날짜도, 상주의 이름도 명시돼있지 않았다.

빈소는 A씨보다 늦게 신원이 확인된 아들들의 시신이 다 수습된 후에야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무안국제공항에 머무르던 A씨 아내는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아들들의 시신이 확인되지 않자 오열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방문하자 A씨 아내는 나 의원에게 "우리 아들 좀 찾아달라. 남편은 찾았는데 아들들이 안 왔다"며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기도 했다.

발걸음 옮기는 조문객들

전남 여수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32년 차 해양경찰관 김모(60) 씨의 빈소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온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한 해 소망을 기원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눴어야 하는 날이지만, 이곳에 아버지이자 가장인 김씨는 없었다.

남은 유족들은 영정사진 속 김씨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영정사진 속 김씨는 해양경찰 정복을 차려입은 채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김씨는 30년 넘게 국민을 위해 봉사한 '베테랑' 해양 경찰관이었다.

지난 6월 정년퇴직한 뒤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향 친구들과 태국으로 연말 여행을 떠났다가 귀국하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김씨는 평소 호탕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평생 해양경찰로서의 자부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빈소를 지키던 김씨의 딸은 "퇴직하고 편히 쉬실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버리셨다. 원래라면 새해를 같이 맞았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jja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