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통고 전 병원 계좌서 임의로 돈 인출 혐의는 유죄…징역형 집유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동업계약 해지 통고를 받고 혼자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가 병원 내 의료 장비를 외부 반출한 것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남성민 송오섭 김선아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씨와 병원을 동업하던 A씨는 2017년 6월 B씨로부터 동업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혼자 병원을 운영하던 중 해당 병원 의료장비를 개인이 운영 중인 다른 병원에 가져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병원 수익금 계좌에 보관 중이던 돈을 사용한 혐의도 추가됐다.
1심은 "A씨가 반출한 의료장비는 단독소유가 아닌 B씨와 합유(여러명이 조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하는 물건으로 횡령죄의 객체가 된다"며 의료장비 반출을 유죄로 판단했다.
B씨는 조합을 탈퇴한 것이 아니라 조합 해산청구를 한 것이고, 계약상 일방이 해산청구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병원 관련 모든 소유권과 운영권이 상대방에게 바로 귀속되지 않는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B씨의 해지통고 이후에도 기존과 같은 병원명으로 진료행위를 계속하며 병원을 운영해왔으며, 병원 직원들의 급여를 계속 지급하고 이 사건 의료장비에 관한 리스채무를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행위는 조합 탈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해지통고 이후 병원 장비 등 영업에 관한 재산은 A씨의 단독소유로 귀속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A씨가 타인 소유 물건을 횡령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장비를 반출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가 병원 건물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 통고와 원상회복 청구를 받아 장비를 반출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다만 계약 해지통고를 받기 전에 병원 수익금 계좌에 보관 중이던 1천271만원을 A씨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봉직의로 등록된 B씨 명의를 삭제해 B씨가 병원에서 진료업무를 하지 못하게 한 혐의(업무방해) 등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동업하면서 얻은 수입을 보관하던 계좌에서 임의로 돈을 인출해 횡령하는 등 범행 경위와 수법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동업에 관한 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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