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소멸' 경고 英석학 "한국, 인류 모험 최전선 섰다"

연합뉴스 2025-01-01 09:00:48

옥스퍼드 콜먼 명예교수, 카이스트 이강호 교수와 새해맞이 대담

"일·교육과열 진정, 덜 한국적 돼야"…"반전 이뤄야 할 중대 시기"

영국 인구학 석학 데이비드 콜먼 교수

(옥스퍼드=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의 인구학 석학 데이비드 콜먼(78)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1호 인구소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옥스퍼드에서 만난 콜먼 교수는 당시 예측이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이라는 전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학적으로 예상되는 그런 결과가 싫다면 추세를 뒤집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콜먼 교수는 "한국은 인간 삶에 있어 전례 없는, 완전히 새로운 모험의 최전선"이라며 "한국이 인구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기만 해도 전 세계 모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화는 이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새해를 맞아 한국의 인구 문제 대응 방향과 국제적 시사점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

두 인구 전문가는 이날 콜먼 교수의 자택에서 3시간가량 의견을 나눴다. 콜먼 교수는 옥스퍼드 세인트존스 칼리지 교수와 영국 내무부 및 환경부 특별고문을,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보건산업정책국장을 역임했다.

19년전 콜먼 교수의 경고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이었고 2023년에는 0.72명까지 떨어졌다. 2024년 0.74명으로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여전히 세계 꼴찌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유엔 기준에 따른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 14%)에 진입한 지 7년 만인 올해 65세 인구 비율이 20%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한영 인구분야 전문가 새해 맞아 대담

한국 정부는 2006∼2021년 저출생 대책에 280조원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콜먼 교수는 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며 대규모 정책이 아닌 일관된 정책이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콜먼 교수는 "출산율이 1.8명 수준에서 오르내리는 프랑스를 보면 중요한 건 정책의 지속성"이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직장 여성이 아이를 가지도록 돕고 아이 있는 여성이 일을 하도록 돕는 정책은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도 "장기적인 시계를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며 "최근 출생아 수와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바뀌는 듯한 조짐이 있어 반전을 이뤄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두 교수는 가족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콜먼 교수는 특히 결혼이나 결합(법적 혼인은 아니나 동반자 관계임을 공언하고 안정적으로 동거하는 것)을 '매력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을 과도하게 중시하고 교육이 과열되는 것과 같은 한국식 경쟁 풍토를 바꿔 가정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일에서 압박을 덜어내고, 교육에 대해 진정해야 한다"며 "덜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축소사회 진입과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 전략도 거론됐다.

이 교수는 "축소사회는 학교 등 과잉 인프라, 생산연령인구 부족, 소비감소, 재정부담 가속 등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를 야기한다"며 "학교·대학의 구조조정,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활용, 국민연금 개혁과 세제 개편 등 다양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감소가 반드시 경제적, 사회적 침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인구 위기를 단순히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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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