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램·낸드 최대 13∼15% 하락…'반도체 한파' 우려
올해 HBM·기업용 SSD 수요 견조…中 DDR5은 변수 될 듯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지난 2023년 매서웠던 '반도체 혹한기'를 겪은 뒤 지난해 겨우 한숨을 돌렸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해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1분기 D램,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속되는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세를 수요가 견조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첨단 제품이 상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8∼13%, 낸드 가격은 10∼15%가량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업체들은 올해 1분기에 재고 수준 증가와 주문 수요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인 수입 관세에 대비한 노트북 제조업체들의 조기 재고 비축도 가격 하락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4분기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진 데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DDR5 등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가격이 올해 들어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한파의 재연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HBM, 기업용 SSD 등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고부가 메모리의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2023년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회복됐던 작년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의 수요가 특히 강했다 보니 올해 소강상태를 보일 수는 있다"며 "다만 HBM이나 일부 제품의 수요는 계속되고 있어 반도체 한파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주인공이었던 HBM은 올해도 견조한 수요를 이어가며 전체 D램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1분기 HBM을 포함하면 전체 D램의 가격 하락은 0∼5%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HBM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힘입어 D램 산업의 핵심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HBM3E(5세대)는 2025년에도 타이트(부족)한 공급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10월 일각의 HBM 수요 둔화 및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며 "내년(2025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이며 내후년에도 물량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캐파(생산능력)를 키워가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기존 청주 M15의 확장 팹(공장)으로 짓고 있는 M15X는 올해 11월 준공한 뒤 HBM을 집중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HBM 외에 DDR5·기업용 SSD 등 서버용 제품의 가격 하락은 이르면 2분기 또는 하반기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도 기업용 SSD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일부 공급업체가 (기업용 SSD의) 내년 예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60TB(테라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CXMT(창신메모리)의 공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구형인 DDR4를 위주로 생산하던 CXMT는 최근 최신 제품인 DDR5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제품은 서버가 아닌 PC용 제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과 성능 격차도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올해 중국 업체들이 서버용 DDR5 제품까지 진입하고,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경우 이로 인한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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