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지구 의료 붕괴직전"…이스라엘 전쟁범죄 가능성 지적

연합뉴스 2025-01-01 08:00:30

인권사무소 새 보고서에 병원·민간인 공격사례 수집

"의도적 공격은 전쟁범죄"…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 촉구

가자지구의 병원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자지구에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지적했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쟁 중에도 민간인이나 군인 등 치료를 받는 대상과 관련 없이 의료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는 사안과 정도에 따라 무력 충돌에 관한 국제인도법(전쟁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병원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의도적이었다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며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가 발생한 2023년 10월 7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이스라엘이 27개 병원 및 12개 의료시설에 최소 136회의 공격을 가했다고 집계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과 민간인이 사망하고, 의료시설도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파괴됐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12월 알 아우다 병원의 자원봉사 간호사는 창문 밖을 보다가 흉부에 총을 맞고 사망했고, 한 병원 직원은 창문 근처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또한 알 시파 병원에선 이스라엘군의 공격 이후 폐허에서 주삿바늘이 부착된 환자의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병원과 병원 주변을 반복적으로 공격해 의료 시스템을 사실상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의료시설 접근이 재앙적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료시설을 테러를 위한 지휘센터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을 공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아야 할 병원마저 죽음의 장소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