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제주항공 참사 현장을 찾은 미국 조사단이 사고 기체보다는 공항 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연방항공청(FAA), 보잉사 관계자 등 조사단은 31일 오후 2시 25분께 꼬리 부근만 남아 처참하게 파손된 사고기 부근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서로 잠시 이야기를 나눈 한미 합동조사단은 사고 기체로 향하지 않고 지상 위로 약 4m 정도 돌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인 로컬라이저에 올랐다.
미국 조사단은 사고기가 날아온 방향을 가리키는 듯한 손짓을 하면서 충돌로 파손된 로컬라이저 구조를 꼼꼼하게 살폈다.
둑 형태로 흙을 쌓아 올리고 내부를 콘크리트로 보강한 로컬라이저를 손과 발로 파헤쳐보거나 사진을 찍는 조사단원도 눈에 띄었다.
참사 당시 충격으로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로컬라이저 구조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동안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미국 조사단은 이날 기체에는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주로 둔덕 위에서 사고기 외부를 관찰했다.
로컬라이저 위에서만 20여분간 시간을 보낸 미국 조사단은 사고기 주변 잔해와 유류품 등이 보존된 현장을 둘러보고는 오후 3시께 자리를 떠났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전파를 쏴 정확한 착륙을 유도하는 공항 내 필수 시설이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많은 인명피해를 낸 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참사 당시 사고기는 비행기 바퀴인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한 채 착륙을 시도해 활주로 위를 미끄러지다가 로컬라이저와 충돌한 뒤 반파돼 화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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