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美 24익스체인지와 이달 실무 면담…블루오션에 美당국 조사압박 계속
재개 시기 오리무중…"올해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작년 8월 중단된 미국 주식 주간거래(데이마켓·낮시간 미국주식 거래) 서비스 재개를 위해 미국 현지 중개회사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주간거래 서비스를 사실상 유일하게 제공했던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과의 줄다리기 협상이 길어지자 이를 대체할 후보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주간거래 재개 시점은 더 오리무중이 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로 더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의 주선으로 미국의 거래 플랫폼(기반 서비스) 업체 '24익스체인지(이하 24X)'의 관계자들과 이번 달 내 실무 면담을 할 예정이다.
24X는 미국의 헤지펀드 거물인 스티브 코헨의 '포인트72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미국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은 24X의 서비스 개요와 기술 등의 설명을 듣고 블루오션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블루오션의 대안은 더 있다.
24X 외에 미국 핀테크 기업 한 곳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한국 대상의 주간거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도 올해 거래시간을 대폭 늘려 주간매매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업계에서는 작년 8월 거래중단 사고로 신용도가 추락한 블루오션에만 목을 매지 말고, 이런 대체 서비스까지 혼용해 안정성을 강화한 이후에 주간거래를 재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이 적잖게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주간거래 재개 시점은 24X 등이 운영을 본격화하는 올해 하반기 이후로 더 미뤄질 수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예컨대 정말 뉴욕거래소가 주간거래를 하게 되면 일개 ATS가 아닌 거래소에 직접 연동하는 것이 신뢰성이 훨씬 더 낫다. 우리로선 선택지가 많아졌고 서비스 조기 재개에 연연하지 말자는 논리에도 더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미국 주식의 낮시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ATS는 블루오션를 포함해 2곳이었지만. 기술적 문제 때문에 한국 증권사에겐 블루오션이 사실상 독점 사업자 역할을 했다.
ATS는 미국 브로커(중개업체)를 끼고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국 증권사들이 기용할 수 있는 브로커를 받아주는 곳은 블루오션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서비스 재개에 앞서 블루오션이 거래중단 사고와 관련해 실질적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블루오션이 '자사 과실은 없었다'며 완강히 거부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다.
증권사들은 작년 10월 금투협을 창구로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공문을 보내 블루오션의 사고 대응이 적법했는지 판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국 당국 조사로 블루오션을 압박해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포석이지만 현재 FINRA가 사실관계 확인부터 하자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판단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어렵다.
최근 수년 사이 국내 투자자들이 부진한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고성장 미국 주식에 몰리면서 주간거래 서비스는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 낮 시간에 신속히 미국 주식을 사고팔 수 있어 장점이 명확했다.
2022년 2월 삼성증권[016360]이 블루오션과 첫 제휴를 시작한 이래 작년 8월 중단 사태 전까지 국내 19개 증권사가 해당 ATS를 통해 주간거래 서비스를 운영했다.
미국 주식의 거래 중개가 국내 증권사의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간거래 재개는 각 사에 더 절실한 과제가 됐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의 보고서를 보면 주간거래가 중지된 작년 8월 5일을 기점으로 전후 45일 동안 미국 주식의 평균 매도·매수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매도 금액은 11.89%, 매수액은 17.94%가 줄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는 작년 한 해 1조3천억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해외 주식 거래의 대다수가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사실상 미국 주식 덕에 1조원이 넘는 추가 매출을 올린 셈이다.
한편, 블루오션 거래중단 사고의 충격이 너무 컸던 탓에 증권사들이 수익성만 노려 서비스 재개를 강행할 순 없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블루오션은 작년 8월 5일 글로벌 증시 변동에 투자자 주문이 몰리자 특정 시각 이후 들어온 모든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주식을 제때 처분하지 못한 피해자가 쏟아졌다.
당시 증권사들은 법적 귀책 사유가 없다며 배상 책임은 면했지만, '해외증권 수수료만 탐내고 고객 보호는 게을리한다'는 거센 질타를 받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돈에 관한 이슈는 민원이 엄청나게 발생하고 애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서비스 수요와 편익이 아무리 커도 뚜렷한 명분과 근거 없이 주간거래 재개를 추진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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