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중대사안 결정 요청할것"…유럽 안보·경제 자강론도 설파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올해 여름 조기 총선을 치른 자신의 결정이 혼란을 야기했다고 인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2025년 신년사에서 "현재로선 이 결정이 평화보다는 불안정을 초래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해산은 프랑스 국민에게 해결보다는 분열을 더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하고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한 이후 자신의 실책을 가장 분명하게 인정한 발언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7월 치러진 총선 결선에서 2위에 그친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168석)이나 RN과 연대세력(143석)은 물론이고, 1위를 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182석)도 국회 과반(289석)에 이르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제1당에서 총리를 인선하는 관례를 깨고 총선 두 달 만에 범여권과 그나마 결이 비슷한 우파 공화당 출신 바르니에 총리를 임명했으나 바르니에 정부는 예산안을 두고 야권과 갈등하다가 불신임당했다.
그 뒤를 이어 지난 24일 출범한 프랑수아 바이루 정부도 야권에서 불신임 압박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다가올 사반세기의 희망과 번영, 평화는 오늘날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그래서 2025년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도록 여러분께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사안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국민투표를 결정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행사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할 국민투표를 치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중동 등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유럽연합(EU)과 무역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자강론을 거듭 설파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순진함을 뒤로 해야 한다"며 "우리는 다른 이들이 정한 무역 규칙, 상호주의나 미래 대비 없이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전쟁과 불안정성을 들어 "유럽은 자국 안보와 방위를 다른 강대국에 위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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